공안정보기구는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필요악인가.

이에 대해 지난 27일 ‘공안정보기구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개최된 안기부법 관련,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한 독일 녹색당 소속 롤프 괴스너 박사는 “은밀한 수사, 도청, 비밀 감시 등 자기 국민을 대상으로 행하는 공안정보기구의 활동은 국가 안의 통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것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며 “굳이 현실에서 누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단지 다른나라에도 공안정보기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답변밖에는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아직 없애지 못하고 있을 뿐 공안정보기구는 ‘필요 무의 존재’라는 단호한 답변이다.

아직 없애지 못한 탓에 그는 현단계에서는 공안정보기관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공적 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0년에서 94년 사이 독일연방의 니더작센주(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정부에 법정책전문가로 참여, 주정부 헌법보호청의 인원과 재정을 축소시키고 정보수집활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정보기관법을 만들어냈었다.

정보기관법 가운데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헌법보호청의 활동범위를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에 반대하는 시도들이 폭력행사 또는 적극적 전투적인 행동속에 표현되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명시해 공안정보기구가 시민들의 정치·사회적 행위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또한 변호사, 의사, 약사, 언론인, 의원, 성직자 등 개인적 정보를 접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정보원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해 개인에 대한 정보유출을 막도록 했다. 이밖에도 주거시설 내 도청행위 금지, 의회의 자료열람권, 질의권, 및 헌법보호청 시설에 대한 출입권 등 공안정보기관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권리를 보장토록했다.

개혁 과정에서 보수집단에 의한 대규모의 방해시도가 있었다. 괴스너 박사는 “기민당 등으로 구성된 보수적인 연방정부는 개혁작업이 불법이라는 공문을 내려 공개적으로 협박하기도 했다”며 쉽지 않은 개혁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괴스너 박사는 또한 “그간 공안정보기구는 언론인을 끄나풀로 활용, 거짓된 정보를 쓰게 만들었다. 거짓된 정보를 특정 언론사에게 제공, 환경운동 등에 대해 사회를 무너뜨리는 전투적인 좌익극단주의라고 몰아 붙이도록 쓰게 만들었다”며 정보기관에 의한 언론공작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보기관은 비판적인 언론인에 대해서도 사찰활동을 계속해왔다. 괴스너 박사는 자신이 26년전부터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들의 문제점 등을 적시한 정보기관의 서류일부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한다.

괴스너 박사는 한국의 안기부에 대해 잘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 그러나 국민이 통제할 수 없고 비공개적이며 자국민을 감시하는 비밀정보기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한국의 안기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공안정보기구의 폐지를 다시 한번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보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시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토론을 통해 민주적 질서를 보호하는 데 이용돼야한다며 언론이 이같은 자신의 역할을 회복하는데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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