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의 잇단 정치적 행보로 도마에 오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에는 청와대의 보도자료 사전검열과 일일보고 지시 등으로 업무 독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방송위 출신 직원들의 잇단 이탈 현상과 함께 최측근 '정실인사' 논란까지 예고하고 있어 출범 2개월을 맞은 방통위가 조직 안착도 하지 못한 채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어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방송통신비서실이 방통위에 보도자료 사전 보고와 부서별로 일일 업무보고를 지시했다는 논란이 일자 방통위는 20일 일일 업무보고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국회 문광위 업무보고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책을 듣고 있다. ⓒ이치열 기자  
 
방통위 대변인실 김정렬 팀장은 "어차피 공개될 보도자료를 두고 검열이란 있을 수 없다"며 "일일 정보보고나 보도자료 공유 모두 원활한 정보공유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방송통신비서실 관계자도 "정보공유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해오던 것이지 통제나 검열은 말도 안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는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매일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한 직원은 "정부부처임을 감안해도 과도한 간섭처럼 느껴질 여지는 충분하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번지면서 방통위는 20일 일일업무보고 대신 현안 보고로 대체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지나친 업무 간섭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방통위의 또 다른 한 직원은 "근본적으로는 방송정책 부처가 대통령 직속에 놓인 것이 문제"라고 한탄했다.

방송위 출신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 3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그만두는 등 특별채용 이후 9명의 방송위 출신 직원들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신분전환 과정에서 직급 배정 등에 불만을 가진 방통위 직원들이 많아 이러한 이탈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방통위 한 직원은 "무엇보다 공무원 사회의 문화적 차이나 개인적 비전 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위급 인사에서 방송위 출신들의 비중이 낮게 나타나면서 승진 가능성 등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는 정책·예산·조직·법무·규제개혁 등 핵심 업무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기획조정실장도 내정하지 않은 상태로, 출범 2개월이 다됐으나 조직 인사조차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기획조정실장에 내정됐던 방송위 출신의 박희정씨는 현재 방통심의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임명됐고, 현재 기조실장에는 KBS 출신 이 모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특정 인사 '대변인' 내정설에 이어 정책보좌관제 신설을 추진하면서 위원장 핵심 측근들을 임명한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면서 '정실인사'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방통위는 외부인사 영입에 따른 개방 직제 논의를 행전안전부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정실인사, 측근인사가 실제로 행해진다면 공무원 조직에서도 강한 불만이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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