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안기부에서 제공한 방송 영상자료에 전적으로 의존, 한총련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해 비난을 사고 있다.

KBS는 지난 13일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추적60분’에서 한총련 대표로 조선(북한)에 간 학생들의 활동장면을 담은 영상을 주로 보여주면서 연세대 시위등 한총련의 이적성과 과격성을 일방적으로 부각, 비난하는 내용의 ‘긴급입수-한총련 북에 간 대학생들’(이하 긴급입수)을 방송했다.

KBS가 이날 추적60분에서 보도한 ‘긴급입수’의 거의 모든 영상자료는 안기부에서 제공한 것으로 KBS 자체 제작 부분은 연세대 시위등 일부 자료화면에 불과했다.

KBS 방원혁 TV 본부장은 지난 9월 18일 안기부로부터 나레이션·자막처리까지 해 제공한 59분짜리 필름 등 자료 테이프 3개를 받아 추적60분 제작팀에 건네주고 제작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담당PD등이 프로그램 제작의도가 의심스럽고 추적고발프로그램으로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발했으나 방 본부장은 방영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이날 추적60분 ‘긴급입수’는 평소와는 달리 담당 PD의 참여없이 자료화면과 진행자인 고성국씨의 멘트만으로 진행됐다.

KBS는 당초 이같은 프로그램 제작이 담당PD들의 제작거부및 노조의 반발등으로 제동이 걸리자 지난 7일 개최된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한총련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방영하겠다”고 노조에 밝히는등 사실상 안기부 자료에 의존한 제작강행 방침의 철회를 시사했었다.

그러나 8일 하룻만에 이같은 제작 철회방침을 번복, 양성수 부장PD등이 나서 이를 긴급 제작 방영해 안기부 외압설등이 제기되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전영일)은 14일 즉각 성명을 내고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기부 제공자료를 그대로 재편집해 방송한 것은 시사고발프로그램의 본분에서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외압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이는 권력의 손에 의해 사장이 선임되는등 권력에 약할 수밖에 없는 KBS의 실상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이같은 파행·왜곡 방송에 항의, 15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이뤄지는 프레스센터에서 규탄시위를 벌이는 한편 16일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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