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가 언론계를 평정했다.”

최근들어 대전고 출신 편집·보도국장이 속속 등장하면서 언론계에서는 이같은 유행어가 번지고 있다. 특히 올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편집국장 자리에 대전고 선후배 사이인 최준명 국장과 정구종 국장이 각각 임명되면서 이같은 구도를 확실하게 만들었다는 것.

동아, 조선 외에도 현재 대전고 출신이 편집·보도국장을 맡고 있는 언론사는 경향, 한겨레, SBS를 포함해 모두 5개사. 편집·보도국장 모임이 대전고 동문회 자리를 방불케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들 5인방 중 최고 고참은 대전고 38회 졸업생인 조선일보 최준명(56) 편집국장. 최국장은 68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경제부장, 출판국장, 사장실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편집국장 자리에 앉게 됐다. 경향신문 박종화(55) 편집국장은 최국장과는 1년 선후배 사이. 39회 졸업생인 박국장은 69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체육부장, 정치부장을 거쳐 지난 94년 최국장보다 3년 앞서 편집국장이 됐다.

대전고 41회 졸업생인 동아일보 정구종(53) 편집국장은 지난달 27일자로 편집국장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정국장은 67년 동아일보에 입사, 68년에 조선일보에 입사한 최국장보다도 기자경력으로 1년이 앞선다. 정국장은 80년대 후반 사회부장으로 활약한 후 출판본부장을 거쳤다.

특히 SBS 송석형(52) 보도국장은 정국장이 사회부장 시절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으로 같이 활동해 각별한 관계이기도 하다. 대전고 43회 졸업생인 송국장은 기독교방송, 동아방송, 동아일보 사회부차장을 거쳐 91년 SBS개국과 함께 SBS사회부장으로 스카웃된 후 보도국장의 자리에 올랐다.

46회 졸업생인 한겨레 윤후상(48)편집국장은 대전고출신 편집국장으로서는 가장 막내격. 윤국장은 72년 합동통신에 입사한 후 80년 언론통폐합으로 해직됐으며, 88년 한겨레 창간이후 경제부장, 문화부장을 거쳐 지난 95년 편집국장이 됐다.

이같이 대전고 출신들이 주요 중앙일간지와 TV방송사에서 사령탑격인 편집국장과 보도국장 자리에 앉게 되자 PK나 TK가 주름잡던 시대는 적어도 언론계에서는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또 한편으론 언론사간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한 현 국면에서 편집국장들간의 대전고 동문이라는 연결고리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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