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사와 방송학계 관계자들은 독립사의 활성화를 위해선 방송사의 불평등 계약을 시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방송사가 자사 이기주의의 좁은 울타리를 벗고 우리나라 방송문화 발전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제작비 책정을 현실화하고 프로그램의 저작권 소유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 선정 문제와 관련해 최근 EBS의 조치는 눈길을 끌게 한다. EBS는 지난달 3일 그동안의 주먹구구식 외주 제작사 선정 방식을 대폭 개선해 일종의 청문회 방식을 도입했다. EBS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해 편성본부 및 제작본부 간부들이 참여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프로그램 납품을 신청한 독립사들을 불러 기획안 및 제작방향에 대해 청문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주 제작사를 선정했다.

그러나 이런 부분적인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와 독립사의 종적 관계가 온존하는 한 방송사가 불평등 계약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리라 믿기는 어렵다. 정부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학계에선 불평등 계약을 감독하고 개선할 ‘방송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하거나 현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런 기능을 전담할 부서를 설치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외적 변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독립사 스스로의 자구적 노력이다. 기존의 백화점식 운영을 과감히 탈피해 전문 프로덕션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최근 독립사들이 자신의 제작분야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여나가는 추세는 그런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덕션 내에도 환경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사(한국환경생태계연구협회)가 나오고 있으며 드라마 전문 프로덕션 내에도 시트콤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사(아세아네트워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문화는 열악한 제작조건을 극복하고 독립사 전체가 공존공영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란 판단이다. 서울텔레콤의 강철호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카메라 전문 프로덕션, 미술 전문 프로덕션 등 전문화 경향을 더욱 세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동아파나비젼의 배봉원 과장은 이와 함께 “독립사 스스로 경영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과학적 마케팅기법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디컴 등에서 시도하고 있는 독립사의 사업다각화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엇갈려 있다. 인디컴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종합영상산업전략을 마련하고 1단계로 기업홍보 및 교육용 비디오 제작을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화와 영화산업에도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독립사의 관계자는 “독립사가 사업다각화를 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불행한 일”이라며 “독립사의 ‘독립’이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선 금융세제 지원 및 사회적 인프라의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방송개발원의 최영묵 연구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같은 기관이 공익자금을 출연해 방송기자재를 독립사가 임대할 수 있는 미디어리스 설치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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