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10대 청소년들이 편향보도를 하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안티 조중동’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의 주역은 교복 차림 10대 학생들이었다.

이들 10대 청소년들이 이끈 수천, 수만 개의 촛불은 2008년형 광장 문화를 형성했고 냉소적 방관자로 머물렀던 ‘넥타이 부대’와 386세대를 다시 거리로 불러 모았다. 그들은 정부권력의 비판과 견제 감시 역할을 외면한 일부 언론을 강력 성토하는 등 언론환경 변화를 추동해 눈길을 끌고 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의 비판 정서는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반대는 물론 교육 자율화, 한반도 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에서 “일부 세력이 벌이는 ‘광우병 공포 세뇌’ 는 북한의 선전선동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 10대 청소년들이 든 촛불이 현실에 매몰된 기성세대와 정치에 냉소적인 20대를 끌어들이며 거센 불길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과 6,9,13일 서울 청계광장 등지에서 열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10대가 드러낸 그들만의 ‘정체성’과 ‘소통’의 표정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유언비어를 뿌려 꼬드기는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핏대를 올렸다. 하지만 이런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에 젖은 이들 언론의 시각은 오히려 성토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촛불문화제 현장에서는 “동아일보는 전기세가 아까우니 불을 꺼라”는 분노의 함성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라 ‘쓰레기’ ‘찌라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10대 학생들은 촛불문화제 연단에 올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의 왜곡 편파보도와 말 바꾸기를 조목조목 비판해 현실에 묻힌 기성세대를 놀라게 했다.

이들의 공개적인 언론 비판은 30∼40대 참가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익을 추구하는 언론 행태가 위험수위를 넘었고 언론이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시민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면서 “10대 청소년의 (문제의식은) 언론 환경을 정상적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학생들의 분노는 언론의 정권 해바라기 보도와 상식에서 벗어난 일방적 보도에 대한 분개”라고 말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도 “언론이 진실을 소개하고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 때 언론 주체로서 일반 대중이 나선 것”이라며 “언론기능이 실패했고 더는 의미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대중의 비판과 고발”이라고 분석했다.

10대 학생들이 광장으로 나서고 조중동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부 언론은 광우병 위험에 대한 선동으로 학생들이 거리에 나섰다고 주장하지만 두발자유화 문제 등의 이유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사례가 있다.

때문에 이번에 학생들이 대규모로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이유는 0교시 부활, 영어몰입교육 논란, 우열반 허용 등 이명박 정부 입시정책에 대한 반발 정서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세대의 특징으로 문자메시지가 생활화된 개방적 소통의식과 공동체적 의식이 강한 ‘새로운 세대’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수빈 희망제작소 공공문화센터장은 “87년 이후 학교 교육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기 주관도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희정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아이들의 생각을 보면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누가 뒤에서 조정했다느니 언론이 호도하는 것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표현과 참여의식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손석춘 원장은 “학생의 순수한 눈으로 보기에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문제인데 (일부 언론이) 뻔한 진실을 호도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신선한 문제제기”라고 평가했다.

10대들이 광장에서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고 공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민주적 시민의식으로 발전시키려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안티조선’ 서울대 모임을 만들었던 김성원(서울대 대학원)씨는 “(10대 학생들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노동 환경 통일 여성 과학기술 등 다른 이슈도 언론의 왜곡·편파 보도가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한천중학교 교사 출신인 이을재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학생들이 조직적 준비를 한 것이 아니므로 (권력의) 억압과 호도 회유 등으로 언제 그랬나 싶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토론하는 진짜 광장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줄을 세우려는 입시문화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