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3일 주요 언론이 일제히 민영의료보험 세일즈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14일 E2면 <평생 병원 치료비 실비 보장/생보사 민영의료보험 첫선>이라는 제목으로 생명보험사들이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새로 출시했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소개하고 있다. 13일 출시한 삼성생명의 민영의료보험은 치료비의 80%를 보장하는데 종신보험에 특약을 드는 조건으로 종신 보장이 가능하다. 입원 치료비는 연간 3천만원, 통원 치료비는 회당 10만원씩, 약제비는 회당 5만원씩이다.

중앙일보는 "생명보험사화 손해보험사의 경계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생명의 민영의료보험은 치료비를 전액지원하는 손해보험업계의 실손형 의료보험과는 조금 다르다. 삼성생명은 다만 평생 보장해준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걸었다. 손해보험사 상품이 80세에서 최대 100세까지라면 삼성생명 상품은 사망 직전까지 보장이 된다. 교보생명은 20일, 대한생명은 6월 중순에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5월14일 중앙일보 E2면.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이 모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삼성생명은 보험료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조선일보에 따르면 25세 남성의 경우 월 8320원, 35세 남성의 경우는 1만2790원이다. 가입기간은 3년이고 3년마다 보험료가 조정된다. 교보생명도 30세 남성의 경우 8880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의료보험만 따로 가입할 수는 없고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 치명적 질병보험 등에 가입을 하고 특약 형태로 이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때 영화 식코의 개봉과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도 민영의료보험이 도입되면 보험료가 1인당 100만원까지 치솟을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일단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평생 병원 치료비를 실비 보장해준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치료비의 상당 부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출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보장 범위가 80%니까 20%가 본인 부담이 되는 셈인데 이미 건강보험이 60% 정도를 보장해주고 있으니 실제 보험사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치료비의 20% 밖에 안 되는 셈이다.

   
  ▲ 2006년 기준 연령별 가입자수와 진료비 총액. 막대 그래프가 가입자 수, 선 그래프가 진료비 총액이다.  
 
이쯤해서 몇 가지 흥미로운 비교를 해볼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35~39세 인구는 392만7974명이고 이들의 1년 동안 진료비 총액은 7175억원에 이른다. 1인당 18만2664원꼴이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급여는 5235억원으로 73.0% 정도다. 1인당 계산하면 13만3275원을 건강보험공단이 내고 나머지 4만9389원을 본인이 부담했다는 이야기다.

삼성생명은 진료비의 80%까지 실비로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 경우 7.0%, 1만2856원 정도만 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 월 1071원 수준인데 삼성생명이 책정한 보험료는 1만2970원으로 무려 12배에 이른다.

   
  ▲ 건강보험공단 재정 현황. 2006년 기준.  
 
2006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는 2959만5561명인데 이들이 낸 보험료는 22조5335억원을 낸다. 1인당 평균 76만1381원, 한 달에 6만3448원 꼴이고 이를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전체 적용인구 4740만8637명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47만5304원, 한 달에 3만9천원 꼴이다. 지난해 전체 진료비는 20조3744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15조969억원, 74.1%를 부담했다.

다시 정리하면 1인당 3만9천원으로 진료비 부담의 4분의 3을 충당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계산이라면 얼추 진료비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려면 1인당 5만3천원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4분의 1을 부담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1인당 1만4천원 정도다. 민영의료보험은 이 부족한 4분의 1을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는 취지의 제도인 셈이다.

조선일보는 비교적 건강한 25세와 35세 남성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민영의료보험의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경우 보장 수준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보다 10배 이상의 보험료를 요구한다. 민영의료보험의 확산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맞물려 의료 산업화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지정제 폐지가 건강보험 의무가입 폐지로 이어지고 고액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의 연쇄 이탈과 건강보험의 재정 부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업계가 민영의료보험에 욕심을 버리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수십조원의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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