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 논란에 대한 보수 신문의 편향 보도에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 신문이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민주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 항의하는 시민을 ‘반미·좌파’ 세력으로 몰아가 누리꾼과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과 오후 8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미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1만여 명이 모여 정부와 함께 조중동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넷 공지를 보고 청계광장에 온 김나래(17) 학생은 “조중동이 우리를 우롱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휘둘린다고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쇠고기 청문회 D-1 미 쇠고기 협상 국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6일 밤 8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에 1만 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규모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신현호(40)씨는 “정부는 대통령 압력 때문에, 정당은 정치적 이익 때문에 그렇다고 쳐도 언론은 달라야 하지 않습니까”라며 “보수 언론이 국민들과 다른 이야기해서 화내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보도인지 가슴에 손 얹고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임빛나(18)학생도 “동아일보 회사 벽에 친일신문, 왜곡보도라는 낙서도 돼 있다”며 “있는 대로 써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촛불시위 첫 날인 지난 2일에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조중동 찌라시”라는 구호가 잇달아 터져나왔다. ‘조중동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조아세)은 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담배 사진 위에 조중동을 새겨넣은 ‘나쁜 건 딱 끊읍시다’ 라고 적힌 스티커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시위의 타깃층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이날 성명을 내어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족벌신문 조중동이 언론인체 가장하는 시대에 함께 언론에 종사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족벌신문을 줄곧 비판해온 민주 진보 세력을 적대시하는 것은 백번 납득할 수 있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희구하는 평범한 우리 이웃의 희망과 용기를 불온시하며 반사회 세력으로 색칠하는 망동만은 당장 멈춰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중동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감싸고, 국민의 분노를 ‘정치선동’, ‘반미선동’에 휩쓸린 것이라고 악의적으로 폄훼하는가 하면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괴담’으로 싸잡아 물타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언련은 7일 낮 12시 조중동 등 5개 언론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앞서 조중동은 지난 1일부터 광우병 논란을 ‘괴담’으로 폄훼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8면에 ‘미국쇠고기 괴담에 소비자 불안’ 기사를 게재하자 이튿날인 지난 2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광우병 괴담’듣고만 있는 정부’를, 중앙일보는 사설 ‘광우병 부풀리는 무책임한 방송들’을 통해 국민의 반발을 ‘광우병 괴담’으로 몰며 그 진원지로 MBC를 지목했다.

이날 밤 시민·학생 1만여 명이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를 벌이자 이들 신문의 보도는 노골화됐다. 촛불집회를 “일부 세력의 불순한 선동”으로 매도한 동아는 사설 ‘반미 반이로 몰고 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를 실었고, 조선은 “‘화장품·떡볶이도 광우병 위험’ 전단 뿌려” 기사에서 “이날 집회는 인터넷 다음에 만들어진 카페 ‘2MB 탄핵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다…여기서 ‘2MB’란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현 정부에 반대해 온 정파 및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치적 사안으로 몰아갔다.

시위 소식을 각각 1단, 2단으로 단신 처리한 중앙과 동아는 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적극 보도하는 한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촛불시위에 나선 청소년들을 ‘판단력이 없는 상태에서 선동에 휩쓸린 10대’로 규정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는 아고라 사이트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서명 인원이 6일 오후 8시 현재 122만 명을 넘어섰고, 인터넷에는 조중동의 이중적인 편향 보도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는 “보수 신문의 기사를 보면 관련 논문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채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결론내리는 건 위험하다’는 정부 관계자 멘트만 인용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인이 광우병에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일 뿐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얘긴데, 이를 ‘안전하다’고 등치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의학팀장 출신인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는 “이번 사안은 웹 환경에서 쌍방향으로 자유롭게 소통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PD수첩’이라는 도화선을 계기로 거대한 여론 기능을 분출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나타난 역기능은 국민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주류 언론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안경숙·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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