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도 자료는 없습니다. 저기 학생들 보시면 되잖아요. 언론은 (지난)12월19일부터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와서 '제발 살려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중고생들 호소 듣고 밤새 운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어린 아이들이 꿈이 펼칠 시기에 우리 아이들이 당장 광우병 공황에 빠져있다."  

" + __flash__argumentsToXML(arguments,0) + "")); }" player_set_skin="function () { return eval(instance.CallFunction("" + __flash__argumentsToXML(arguments,0) + "")); }">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촛불 문화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연대(http://cafe.daum.net/antimb)' 강전호 전략 부대표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맞받아쳤다. 광우병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이날 광화문 거리는 "이명박 탄핵",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 못지 않게 "조중동 찌라시" 함성으로 가득찼다.

   
  ▲ 집권 두 달 만에 국민들로부터 '탄핵'뭇매를 맞기 시작한 이명박 정부. 6년 전 미군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효순,미선이' 추모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에서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의 촛불로 이어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오후 7시 반께. 시민들은 청계광장으로 속속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광우병 걸린 이 대통령을 묘사한 피켓을 들거나 플래카드를 몸에 두른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시위에 익숙지 않은 인터넷 모임이라 사람들의 이목은 처음엔 한 곳으로 쉽사리 쏠리지 않았다.

"우리 이 자리 모인 이유, 쇠고기 반대"

   
  ▲ 이날 촛불문화제는 예정됐던 오후 7시보다 한 시간 늦은 8시경 시작됐다. 청계광장 일대에 모인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촛불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문화재의 막이 올랐다.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때 강 부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출석 체크를 해야겠다"며 제주도, 전라도 등을 부르자 여기저기서 손이 번쩍 들렸다. 그가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에 대해 묻자 시민들은 "쇠고기 반대"라며 함성을 질렀다.

광장에는 10대 학생들이 대다수 자리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광우병 쇠고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이크를 대고 대운하, 민영화를 언급해도 그리고 FTA 무효화라고 소리를 질러도 학생들은 크게 화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반대,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면 모두가 함성을 지르고 '대한민국' 박수로 흥을 돋았다. 

강 부대표도 "여기 나온 이유는 단 하나다. 광우병 몰아내고 우리 생존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주인공들은 대한민국 서민이고 우리 스스로가 생존권을 찾기 위해 이렇게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생 딸 아빠 "학교가서 햄, 쇠고기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인천에서 온 문주윤(17)씨는 "오늘 시험 끝났지만 광우병 걱정돼서 오게 됐다. 여기 온 가장 큰 취지는 수입 반대 시위"라고 또박또박 얘기했다. 그는 "언론에서도 광우병 문제가 보도되고 그것 보면 걱정이 많다. 루머일지도 모르지만 언론 뉴스 보면 10년 후 발병되면 죽는다고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만큼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는 것이다.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다. 박요셉(50·관악)씨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데 '다음' 카페 모임의 소식 듣고 딸과 같이 왔다"며 "중고생 딸 있는 아빠인데 학교 가서 햄, 쇠고기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에 분통이 터졌다며 "이명박이 국민적 존중심 없이 자기 마음대로 미국에서 조공 협상한다고 느꼈다. 안 사먹으면 된다고 하는 말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 더 자극적인 일 있으면 뭔가 터질 것"

   
  ▲ 즉석에서 규탄발언을 이어가는 시민들은 구성도 다양했다. 등록금 걱정에 울먹이는 대학생, 급식에 나올 것이 뻔한 광우병위험 미국쇠고기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고등학생, 의료보험 민영화를 걱정하는 아줌마 모두 이명박 정권의 묻지마 정책강요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말 그대로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에 억눌렸던 화를 신명나게 풀어내는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권오식(32)씨는 "이 정도 수준에서 조금 더 자극적인 일 있으면 뭔가 터질 것"이라며 분노가 임계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BBK때부터 사실 이명박이 국민을 속여왔다. 거기에 대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치 채는 것"이라며 문제가 심각한지 묻자 오히려 "괜히 여기와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런데 권씨는 이날 와보니 "민주주의의 자신감 얻었다. 1% (지배층을 위한)정책들을 쉽게 끌고가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오후 8시 반께. 동아일보사 방향을 응시하며 시민들이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한 시민이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 미친소"라고 말하자 어느새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반성해라 조중동" "매국노 조중동" "우리는 살고 싶다" "동아일보 미친소" "동아일보 찌라시"라며 시민들이 연호하기 시작했다. 

"조중동, 사실적으로 (보도가) 안 나와요"

송민지(19)씨는 "미국소를 수입하면 뭐가 문제인지 알려줘야 하는데 (조중동에는) 그렇지 않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기자가 구체적인 문제가 뭔지 묻자 오히려 송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사실적으로 안 나와요"라고 거듭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과거와는 다른 조중동의 '이중적인'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성지항(33·안양)씨는 "인터넷에서 1년 전 조중동 사설, 신문기사를 보면 현재 나오는 사설과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지금과 달리 노무현 정부 시절 광우병 위험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보도를 지적한 것이다.

성씨는 "계속 싸워야죠. 노무현 탄핵 때처럼 점점 논란이 일 것이다. 아무리 조중동이라도 막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에 곳곳에서 "동아일보 불꺼라. 전기세가 아깝다"며 시민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동아일보사 앞, "불꺼라. 전기세가 아깝다" 함성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언로가 차단된 것 역시 주된 문제라고 지적한 셈이다. 박요셉씨는 "국민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고 몰아가는 상황을 보수언론이 막고 서있다"고 한탄했다. 이혜란(32·불광동)씨도 "반드시 (이명박 대통령) 탄핵해야 한다. 조중동 신문도 폐간해야 된다"며 양쪽을 싸잡아 문제삼았다.

밤 9시40분께 동아일보 간판의 전등이 꺼지자 시민들은 동아일보사를 향해 팔뚝질을 하며 "불껐다. 너나 먹어 미친소"라고 연호했다. 

이명박 대통령 탄핵 집회에 조중동 비난 함성이 나오자 기자들도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조중동 비난 함성을 들었는지 묻자 국민일보 기자는 "정말 그러냐"며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 기자도 "'조중동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시민들이)언론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밤 9시47분.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원은 박수를 치며 "토요일도 모입시다. 토요일도 7시에 모입시다"라고 거듭 연호하며 행사를 마감했다. 행사내내 사진을 찍은 캐나다인 Andrew(39)씨는 "peaceful(평화로운)"이라고 행사 소감을 밝혔다.

행사가 끝나고 기자들의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태극기를 든 한 여학생은 담담히 대답했다. 

"10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내일도 올꺼에요."

   
  ▲ 2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정부와 보수언론사들을 향해 격앙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시종일관 질서정연하게 문화제를 진행했다. 경찰은 악화된 시민정서를 감안한 듯 평화적인 문화제를 보장했지만, 경찰채증팀은 현장 곳곳에서 주요발언시민들의 얼굴을 비롯 수많은 참가자들을 꼼꼼히 채증하는 모습을 보여 인권침해의 소지를 남겼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기갑, 힘내주세요"
현직 의원 중 유일하게 참석 … 시민, "강기갑" 연호

현직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날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복을 입은 강 의원이 등장하자 학생들은 사진을 찍고 "강기갑"을 연호했다.
 
이날 참석한 이유를 묻자 강기갑 의원은 "국민이 이렇게 많이 반대하는데 국회의원도 함께 나서야 돼"라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경주에서 서울로 급파견 됐다. 강기갑 의원이 악수를 권하자 시민들은 "강기갑 파이팅" "의원님 최고에요" "힘내주세요"라며 응원을 했다. 

강기갑 의원은 "상임위, 특위 차원에서 (쇠고기 문제 해결)해 나가겠고 협상철회촉구 결의를 받아서 하겠다"며 "(정부는)계속 숨기고 덮고 감추지 말고 지금이라도 잘못 인정하고 재협상하겠다고 입장 발표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대표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광우병 쇠고기 반대 함성을 질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