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명, 세계일보 11명, 서울신문 10명….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다른 신문사와 방송사로 떠난 각 사별 전직 기자 수다.

매년 한차례 수습기자를 선발했던 언론사 채용 방식이 경력기자 공채와 병행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작은 신문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KBS, 동아일보의 경력기자 공채로 벌써 작은 신문사들의 기자가 여러 명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조선일보가 경력 공채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또다시 기자들의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이 지난 4일 경력기자 공채 서류전형을 마감한 결과 70∼80명 가량의 기자들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은 이들 가운데 1차 합격자를 선정해 지난 20일 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 신문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규모가 큰 언론의 경력기자 공채가 이번 한차례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KBS와 동아일보는 최근 정기적으로 경력기자를 선발해 왔고, 조선일보도 내년부터 매년 상반기에 경력기자 공채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동아는 지난해 4월 경력기자 공채를 통해 7명의 기자를 선발한 데 이어 올해도 세계일보 2명, 한국일보 1명 등 모두 3명의 경력기자를 뽑았다.

KBS도 지난해 8명에 이어 올해도 13명을 뽑았다. 월간 ‘신문과방송’이 2007년 1월부터 2008년 4월10일까지 신문사를 떠난 기자들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언론사로 떠난 68명 가운데 KBS로 자리를 옮긴 기자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로 이동한 기자가 9명으로 KBS의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밖에 MBC가 5명, 중앙일보가 4명, 매일경제 3명, 조선일보 2명 순이었다.

한국일보의 한 편집국 간부는 “KBS와 동아에 이어 조선까지 경력기자를 뽑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가뜩이나 총선 전에 기자들의 이탈이 심해 어수선했던 편집국이 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기자 사관학교’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건지 답답하고 씁쓸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신문의 한 기자도 “경력기자 공채를 통해 지역언론 기자들은 서울의 작은 신문사로, 작은 신문사 기자는 큰 신문사로, 큰 신문사 기자는 방송사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이 선명해지고 있다”며 “인력을 빼가는 언론사들은 미국 등 선진국 언론의 인사 시스템이라고 주장하지만, 항상 우수한 인력을 내줘야 하는 작은 언론들이 받는 물리적·정신적 타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큰 언론사가 경력 공채를 할 때마다 작은 신문사들의 원성이 높았던 점을 의식한 듯 조선은 다른 신문사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다.

조선의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공채에 지원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는 것은 다른 신문사를 자극할 수 있어 다음 달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때까지 관련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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