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특혜 비리사건을 다루기 위한 국회 국정감사 특위 활동이 청문회 증인 채택및 TV 생중계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이견으로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한채 ‘깃털수사’에 불과했다는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그나마 국민들의 답답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던 국회 청문회마저 여야간의 다툼으로 지지부진한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한보특혜비리를 국정조사 차원에서 다루기로 한 마당에 증인 선정 문제등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한보특혜 의혹의 ‘배후’ 의혹을 사고 있는 김현철씨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청문회 생중계 문제를 두고 여당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데서는 여당의 시국인식이 도대체 어떻게 돼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보 특혜 비리사건은 온 국민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흥미로워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한보비리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고서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일차적인 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이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은 우리사회의 위기를 한층 깊게 했을 뿐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미봉’으로 덮고 넘어가려 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검찰 수사의 미흡함을 사과해야 하는 ‘수모’만을 안겨준 꼴이다. 그런 마당에 그나마 국민적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국회 청문회의 TV 생중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정부 여당에게도 득될게 없다.

신한국당은 청문회 생중계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생중계 허용을 분명히 해두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이런 저런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중계를 여야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방송사의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고 증인들의 초상권 침해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국민적 관심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국회법에 따라서도 당연히 TV 생중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이를 미리 ‘합의’해 두지 않으면 신한국당이 ‘언제든지’ TV 중계를 막을 수 있는데다가 권력의 눈치보기 급급한 방송사들이 중계에 나설지도 의문이라는 점에서도 미리 ‘확약’을 받아두어야겠다는 입장이다.

TV 생중계에 미온적인 신한국당의 주장은 지극히 궁색하다. 방송사의 편성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회의 결정 자체가 방송사의 편성권 자체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된다.

여야가 생중계 허용을 명문화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회 차원의 결정일 뿐이다. 생중계를 할 것인지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국회의 결정은 방송사에게 생중계의 ‘길’을 터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게 아니다.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도 구차한 ‘억지’일 뿐이다. 청문회에 나오는 증인들은 사인이 아니라 한보비리에 어떻게든 ‘책임있는’ 공인들이다. 이들 증인들의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신한국당의 주장은 일견 전향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한국당은 이들 공인들의 인권을 말하기에 앞서 한보비리 의혹에 쏠린 국민들의 ‘알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공청회 청문회의 중계방송을 우선적으로 허용토록 하고 있는 국회법과 ‘국회에서의 중계방송등에 관한 규칙’의 취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한국당은 먼저 국회법과 관련을 규칙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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