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특검수사 결과에 대해 "무엇을 위한 특검이었으며, 누구를 위한 특검이었느냐"고 비판하는 한편, "삼성 쇄신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불법 편법실상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지 않으면 어떤 쇄신안도 진정성을 의심받을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  
 
사제단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삼성특검과 삼성 그룹의 경영쇄신안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 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24일부터 26일까지 단식기도를 하겠다고 알렸다.

사제단은 삼성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 "삼성은 갖가지 범죄사실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됐으며, 수많은 불법행위의 근본 이유였던 경영권의 부자 세습마저 법적 정당성을 얻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며  "김용철 변호사는 이미 자신이 가담했던 범죄사실을 고백하고 시인했지만, 특검은 그의 고백을 철저히 묵살하면서 범법자들을 만들어 결론을 꾸며 발표했다. 이런 태도야말로 자기도 모르게 자본권력에 기울어지는 우리사회의 강자 편향성을 드러낸 몹시 슬픈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사제단은 "삼성의 의혹이 사실무근이고 몇가지 드러난 허물도 기업경영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범한 정도라면, 공연히 쇄신안을 마련할 게 아니라 기왕의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편이 옳을 것"이라며 "삼성이 진정 새로운 출발을 원한다면 특검이 입증 못했다고 해도 자신의 불법 편법 탈법의 실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쇄신안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  
 
사제단은 특히 "비자금 조성과 불법로비는 굉장히 무서운 범죄였음에도 우리사회가 무섭지 않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길 줄 모르게 된 것이야 말로 더 없이 무섭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에 대해 사제단은 "김 변호사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삼성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해 들려줬다"며 다음과 같이 소개 했다.

"현금이 가득 든 돈다발을 삼성본관까지 실어 나르는 일이 일상업무였다는 계열사 직원도 있었고, 노무관리에 종사하면서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노동자를 박해하고 지역의 법원과 검찰, 경찰청과 기자 등을 일상적으로 관리했다는 전직 사원도 있었고, 말로만 정도 경영이었지 실제로는 무노조 경영을 위해 관계기관과 짜고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마구 괴롭히는 등 양심과 도덕에 어긋나는 일에 종사했던 자신의 과오를 털어놓으며 괴로워 우는 전직 임원도 있었다."

또한 사제단은 "일부 언론의 왜곡과 지식인의 침묵과 냉소는 용기있는 증언자들을 절망케 만들었다"며 "오늘날 지연되고 있는 경제민주주의의 배후에는 언론과 지식인들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사제단은 △삼성 비자금 사태가 발발한 2007년을 경제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원년으로 삼고 △많은 사회단체와 각계 역량이 국가권력과 재벌 그리고 언론의 관계가 건강해지도록 하며 △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을 돌보지 못한 게으름을 참회하는 뜻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단식기도를 할 것 등을 밝혔다.

한편 김용철 변호사는 "특검수사결과 드러난 것은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 해줬다"며 "삼성의 쇄신안은 시인이나 반성은 없고 차명재산을 그대로 둔 채, 경영권 승계만 공식화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내가 삼성에 근무했던 시절 중앙일보 계열 분리를 3차례 선언했지만, 위장이었다"며 "저와 사제단은 양식있는 시민과 더불어 이씨 일가 범죄가 완전히 해결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단식기도회에도 동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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