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로 104일 간의 수사활동을 접고 해단식을 가진 삼성특검팀이 내놓은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는 ‘삼성 봐주기 수사’ ‘면죄부 수사’라는 혹평이었다. 언론은 어떤 구실을 했을까. KBS MBC 등 방송사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 일부신문의 적극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대고비 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되려 중앙일보 경제지 등의 물타기식 보도는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계속됐다.

   
  ▲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1층 국제회의장 기자회견장소로 들어가는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치열 기자 truth710@  
 
▷‘차명계좌=이건희 상속재산’ 맞나=이번 특검팀 수사에서 밝혀야 할 가장 큰 관심사는 ‘비자금’의 조성 및 경위, 용처에 대한 규명이었다. 삼성특검팀은 이를 규명하는 데 실패한 대신 이 회장의 차명보유 재산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같은 특검의 움직임은 지난달 17일자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잇달아 보도됐다. <삼성 차명주식 거래 차익에/특검, 양도세 포탈혐의 검토>(동아 3월17일) <“이건희 비자금 최소 9천억”…처벌 방안 검토’>(SBS 3월19일) <‘삼성생명 지분, 이건희 회장 소유’>(MBC 3월22일). 이 중 한겨레는 같은 달 18일자에서 삼성생명 차명주식을 비자금으로 규명하는 데 실패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런 수사의 흐름에 대해 문제제기한 곳은 거의 없었다.

특검은 같은 달 24일 삼성생명 주식이 이 회장의 소유라고 밝혔고, 모든 차명계좌를 이 회장의 상속재산인 것으로 확정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특검 수사 막바지인 지난 6일 MBC는 “삼성전자가 임원들 이름의 차명계좌로 지난 2004년 8월 130억 원을 차명계좌로 입금한 것을 특검팀이 찾아냈다”며 차명계좌가 이 회장의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무작정 사실과 다르다고만 했을 뿐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언론도 이를 추적보도하지 않았다. 한 특검 출입기자는 “차명계좌가 이건희 회장 재산이라는 수사내용에 대해 언론이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며 “이런 사건을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끌고가지 못한 점이은 반성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일간지 기자는 “언론의 책임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작 삼성에는 수사기밀을 흘리면서 언론에 대해서만 수사보안에 급급한 특검의 홍보가 더 큰 문제였다”며 “이런 특검은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로비의혹·단독보도 이은 후속보도는=또한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외엔 언론의 발
굴이나 추적보도가 없었다. 지난달 14일 김성호 국정원장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삼성 갤러리아 팰리스 특혜 분양 의혹을 제기한 CBS 보도가 나왔지만 한겨레 외엔 후속보도를 하지 않았다.

김 원장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과 관련해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전한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서도 경향신문 조선일보(온라인) 국민일보만 보도했을 뿐 추가보도는 없었다.

▷‘민망한’중앙일보 보도태도=삼성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이후부터 시종일관 삼성 편에서 보도했던 중앙일보는 수사결과 발표 다음 날에도 삼성 감싸기에 지면을 할애했다. 1면 머리기사 <삼성 “쇄신안 다음 주 발표”>를 시작으로 <“기업 경영 둘러싼 소모적 논쟁 그만”> <특검 “김용철 진술 오락가락…신빙성 없어”> < ‘떡값의혹’ 전현직 검사들 “오명 벗어 다행…향후 대응 검토할 것”> 등 삼성일가가 무혐의인 것인 양 제목을 뽑았다. 또한 사설 <삼성 특검 짐 벗고 나라경제 살려라>에선 “일등은 일등이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책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우리사회가 삼성문제로 소모적 논란을 거듭해도 좋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수사과정 내내 <“김용철의 폭로의도 의심스러워/특검이 빨리 수사해 결론 내줘야”>(3월8일자 1면 김경한 법무장관 인터뷰) <“삼성특검 사회동요 최소화 필요”>(25일 조계종 원로 청원) <경제5단체 “삼성특검 빨리 마무리를”>(4월2일 1면) <삼성특검의 법과 현실>(5일 사설) 등 삼성특검으로 경제에 악영향이 끼친다는 내용의 물타기식 주장을 위주로 보도해왔다. 정작 수사속보는 단신 또는 기껏해야 3단 크기로 사회면에 작게 처리하는데 그쳤다. 경제지들도 이 같은 물타기식 보도로 일관했다.

특검 기자들은 “이렇게도 기사를 만들 수 있다는 데 놀랐다”고 비판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이번 삼성특검 보도는 한국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준 사례“라며 “방송사와 일부 신문만이 고군분투했을 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최소한의 보도를, 경제지는 논점흐리기식 경제살리기 구호만 담는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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