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청문회는 과연 TV로 생중계될 것인가. 국회 청문회가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얼마만큼 밝혀내느냐 못지 않게 TV 생중계 성사여부는 이미 국민적 관심거리가 돼 있다.

현재까지 TV 생중계 여부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여야는 TV 생중계에 대해 원칙적인 차원에선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한국당 현경대 의원측은 “국정조사는 공개가 원칙인 만큼 TV생중계가 굳이 문제될 것은 없다”는 태도를 일단 보이고 있다. 국조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회의 이상수의원측은 “원칙적인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성사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적 의견 접근과 달리 내부 사정을 들여다 보면 간단치 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방송사가 나서서 생중계 신청을 하기 어렵다”며 TV중계 요청서를 3당 공동서명으로 방송사에 제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생방송 여부는 방송사 편성권 차원의 문제인만큼 정치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방송사가 중계요청을 해오면 응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의원측은 또 “참고인과 증인들 가운데 자신의 초상권 침해를 우려해 비공개를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조건도 덧붙이고 있다.

결국 신한국당은 겉으로는 수용의사를 표하면서도 웬지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일 여야가 3당 공동서명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공은 방송사로 넘어오게 된다. TV생중계에 대한 방송사의 공식적 입장은 아직 정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야의 협상을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실련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9%가 한보TV생중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거 5공 청문회와 광주 청문회 TV생중계에 매일같이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됐던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가는 명확해진다.

현행 국회법 및 규정에 따르면 국정조사위원회가 비공개를 의결하지 않는한 TV생중계를 막을 권리는 없다. 그렇다면 방송사는 현재 진행중인 여야 합의 결과와 상관없이 TV생중계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방송사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설사 신한국당이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청문회를 비공개로 하겠다고 나설 경우에도 현재 YTN이 국회 생중계를 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것이 TV생중계를 취소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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