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사업의 효과가 3배나 부풀려졌다는 감사원의 내부 검토 보고서가 유출됐다. 조선일보가 이를 가장 먼저 보도했고 그동안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시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고 서울과 인천, 경기를 묶어 세계적 경제권으로 키운다는 정책 목표를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지방 일자리 증가분 16만9500개에서 수도권 감소분 13만8200개를 뺀 순 증가분은 3만1330개"고 "부가가치 증가분도 지방 1조3500억원에서 수도권 감소분 1조500억억원을 빼면 3천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정도 효과로는 공공자본 22조원과 민간자본 21조원을 포함 43조원의 투자사업비가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지방의 경제 효과만을 강조했고 그것조차도 3배 이상으로 뻥튀기했을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4월15일 1면.  
 
   
  ▲ 조선일보 4월16일 1면.  
 
주목할 부분은 노무현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계획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사실이다. 민영화할 기업에게 지방 이전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지방 이전을 앞둔 기업을 민영화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를 간단히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지역 균형발전 계획의 전면 백지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주장해 왔다. 대선 공약으로 도심 용적률 규제 완화를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감사원의 내부 검토 보고서를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입수해 보도한 것도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민영화 대상 공공기관 20여개는 혁신도시로 이전하기 힘들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경제 효과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내부 검토 보고서 하나에 정부 정책이 180도 뒤바뀌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의 경제 효과를 둘러싼 논란만 있을 뿐 정작 수도권 과밀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나 그 대안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사실이다.

   
  ▲ 한국경제 4월16일 1면.  
 
   
  ▲ 매일경제 4월16일 3면.  
 
조선일보 보도 이후 대부분 언론 보도는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이 힘들어졌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공기업은 신났다"는 제목으로 애초에 지방이전에 부정적이었던 공기업들의 표정을 전했고 한국경제는 "한전·토공·주공 옮겨갈 지방 '초비상'"이라는 제목으로 혁신도시 예정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거론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에 특종을 빼앗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영혼 없는 감사원 공무원들을 겨냥, 코드 감사 또는 표적 감사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가만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문제 제기를 하느냐는 지적이다.

대부분 언론이 혁신 도시 전면 재검토를 기정 사실화하고 노무현 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동아일보는 "전 국민이 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 정책이라고 강변했지만 국민 부담만 늘리는 골칫거리가 됐다"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턱없이 부풀려진 공기업 이전 효과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고 간단히 정리했다. 중앙일보는 "당초 계획대로 토지보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논란이 일어 당황스럽다"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혁신도시 프로젝트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공기업 보다 훨씬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미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애초부터 공공기관을 한꺼번에 이전시키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었다"며 "1~2개 혁신 도시를 먼저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다음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 서울 경기지역 인구 추이. 아래 쪽이 서울, 윗쪽이 경기지역 인구. 통계청 자료.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서울 인구는 1002만6천명, 경기는 1103만9천명, 여기에 인천 261만3천명을 더하면 2367만8천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8.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만6564명/㎢으로 파리 2만246명/㎢ 보다는 낮지만 도쿄 1만3657명/㎢나 뉴욕 9475명/㎢보다도 훨씬 높은 편이다.

   
  ▲ 도시별 인구 순위. ⓒ데모그라피아.  
 
데모그라피아에 따르면 세계 259개 도시 가운데 서울-경기지역은 인구 규모로 3위다. 1위는 일본의 도쿄-요코하마로 3425만명, 2위는 미국 뉴욕으로 1971만2천명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기준으로 1950만명인데 최근 자료로 업데이트하면 뉴욕을 따라 잡게 된다. 게다가 서울의 인구밀도는 도쿄의 2배 이상, 뉴욕의 5배 이상이다. 4위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5위는 멕시코 멕시코시티, 6위는 브라질 상파울로, 7위는 일본 오사카-고베-교토, 8위는 인도 뭄바이, 9위는 필리핀 마닐라, 10위는 이집트 카이로다.

인구밀도로 보면 서울-경기지역은 140위다. 1943㎢에 1950만명이 거주, 1만50명/㎢인데, 만약 서울만 따로 놓고 보면 36위로 뛰어오른다. 만약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만 놓고 순위를 다시 매기면 23위가 되고 500만명 이상 도시만 놓고 보면 5위가 된다.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더 높은 도시는 홍콩이 2만9400명/㎢로 1위, 인도의 뭄바이 2만6250명/㎢가 2위, 방글라데시의 다카가 1만9300명/㎢으로 16위, 콩고 킨샤사가 1만8천명/㎢으로 25위 정도다. 다른 도시들은 인구 규모가 작아 서울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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