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특검에 출두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11일 오후 2시 특검 건물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도 하지 않았고, 포토라인에 멈춰서지도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5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빌딩 2층 로비로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등장했다. 포토라인 부근에서 서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약 1초간 사진촬영에만 협조한 뒤 질문하려던 방송기자들이 다가서자 그냥 지나쳤다. 이에 따라 이들 두명의 방송기자는 이 회장을 뒤따라가며 질문했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오후 2시 특검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는 장면. 이치열 기자 truth710@  
 
기자들은 이 회장 뒤에서 '두 번째로 왔는데 국민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마디 하시죠'라며 연거푸 질문을 던졌지만 30초도 안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안에 동행한 두 방송기자는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법적인 것도 포함되느냐'고 물었지만 이 회장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어 '그래도 한마디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이완수 변호사가 "나갈 때 소회를 밝히실 것"이라고 대신 답했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그냥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자 허탈해하는 방송 카메라 취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마지막으로 기자들은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이 언론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에서 한 것이냐"고 묻자 이 회장은 '피식' 웃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8층 조사실로 갔다. 이 회장과 엘리베이터를 동승한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엘리베이터 질의응답 내용을 전하면서 이 회장이 "썩소(썩은 미소의 준말,  비속어)를 날리고 들어갔다"고 전했다.

"'삼성 범죄집단 인식되는 것, 언론 때문' 무슨 뜻이냐"에 피식 웃어

   
  ▲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오후 2시5분께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빌딩 2층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이 두번째 특검 출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기자들 사이에선 일주일전 이 회장이 몇마디 하자 언론에 크게 보도돼 오히려 사태가 더 크게 확대된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아예 언급을 하지 않기로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한마디도 하지 않아 1시간 전부터 질문을 준비해온 취재진들은 허탈해했다. 기자들은 당초 로비에 모여 △두 번째 소환의 심경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보유한 이유 △삼성전자 법인계좌에서 임원 명의계좌로 돈이 흘러들어간 이유 △에버랜드 사건을 보고받은 시기와 보도한 사람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에 대한 입장 △법적인 책임도 질것인지 여부 △언론책임론을 제기한 진의 등에 대해 순서를 정해 질문을 던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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