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들어오실 때 나가실 때 기자들의 주관적 질문은 피했으면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2차 특검 출두 직전인 11일 오전 삼성측 이완수 변호사가 출입기자단에게 통보해온 말이다.

이 변호사는 기자단 간사 연합뉴스 임주영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네가지 요구사항을 건넸다.

-이건희 회장이 들어올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같다.
-나갈 도 안할 것같은데 국민에게 드리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할 것같다.
-기자들의 개별질문은 안 을 것같다.
-(그러니) 주관적 질문은 피해달라. 예를 들면 범죄집단이라는 표현 등이 그렇다.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될 것같다.

   
  ▲ 이건희 회장이 지난 4일 특검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1일 오후 2시 정확히 일주일만에 다시 소환조사를 받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를 두고 기자들이 오만하고 무례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KBS와 SBS 등 기자들은 "기자들에게 질문하라 말라 할 수 있느냐. 정 그렇게 하겠다면 이 회장은 아무 답변도 하지 말고, 기자들이 따라 들어가면서 질문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 "오만하고 무례한 요구…회장 심기까지 경호하나"

다른 한 기자도 "무슨 회장님 심기 경호하는 것이냐"며 "대단히 우스운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이날 아침에도 흘러나왔다.

삼성특검 사무실이 소재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빌딩 1·2층에서 매일 수사관 및 특검 관계자와 주요 소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 이날 오전 "한 수사팀 관계자가 '오늘 이 회장 출두시 경찰 병력을 2층 로비에 배치하겠다, 인터뷰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얘기가 6층 기자실에 흘러들어왔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윤정석 특검보를 상대로 '이게 특검에서 요청한 것이냐'며 강하게 따져물었다.

-기자 : "오전에 경찰 병력동원해 기자들의접근 못하게 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윤정석 특검보 : "그런 것은 아닐 거다. 단지 시위하는 사람도 있고, 하는 여러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경찰에 요청하긴 했다. 경찰 업무이니 자기들이 파악하고 할 것이다. 인터뷰 관련해선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닌 것으로 본다."
-기자 : "수사팀 관계자가 그런 얘기를 했다. '로비에 경찰을 들여놓겠다, 인터뷰 못하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수사팀에서 할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윤 특검보 : "경찰병력은 경찰에서 하는건데…아마도 돌발상황을 대비해 로비에 배치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그런 코멘트를 했는지 궁금하다. 우리 입장은 아니다."

이어 간사인 임주영 기자는 "경찰이 로비에 들어오지 않는게 맞다. 왜냐면, 삼성이나 특검이나 얘기해서 특검이 보호해주기 위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취재진만 250여 , 배치된 경찰병력도 3개 대(300명가량)에 달한다. 경찰이 로비에서 취재진의 촬영이나 취재를 제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 회장 출두시 큰충돌과 대혼잡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삼성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 외에도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 등 삼성 임직원 4명을 추가로 불러 조사를 벌인다.

전날 한나라당 제주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생명 주식 28만800주가 자기 소유라고 말했지만 사실과 다르며 이는 그룹 오너의 소유"라고 양심고백한 현명관 한나라당 제주도당위원장(삼성 비서실장 출신)에 대해 특검은 주말인 12일ㄲ께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특검보는 현명관 위원장에 대해 현행법 상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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