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클럽이 심각한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누적돼온 아시아계 매체 회원들과 구미계 회원들이 차기 집행부 선출을 둘러싸고 노골적인 대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신기자클럽은 지난 26일 프레스센터에서 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에 박한춘 현 회장을 다시 선출했다. 박 회장은 WTN 서울지국장으로 경선을 벌여 상대 후보를 26표차로 눌렀다.

문제는 회장 선출후 부회장 2명을 포함한 신임 집행부 구성 과정에서 발생했다. 감사직 1명을 제외한 부회장, 총무이사, 재무이사 등 나머지 5개 자리를 구미계가 독차지한 것. 게다가 아시아계 회원을 선출한 감사직도 본인의 사전 허락도 없이 총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을 선출하자 아시아계의 불만은 더욱 높아졌다.

아시아계 회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

그동안의 관례를 무시하고 부회장직을 포함한 임원직 모두를 구미계가 독식한 점과 이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들이 지지해온 박 회장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행부 선출도 아시아계 회원들이 대부분 총회장을 빠져 나간후 구미계 다수가 남아 거수 형태로 집행부를 선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아시아계 회원은 “당초 부회장직의 하나는 아시아계를 선임해 온 것이 오랜 전통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총회후 남은 회원들이 추천을 거쳐 거수 형태로 나머지 집행부를 선임해온 규정을 구미계 회원들이 교묘히 이용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감사 선출과정에서 일부 아시아계 회원들이 추천한 후보는 제외하고 총회장에 참석하지도 않은 회원을 본인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출 한 것은 아시아계 회원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처사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구미계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집행부 선출이 끝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미계나 아시아
계 등 편가름 현상을 탓 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 과정을 거쳤고 회원 다수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계가 지난 96년 이후 클럽 운영을 도맡아 오면서 별다른 성과물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주도권 장악에만 골몰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같은 대립의 직접적인 발단은 96년 회장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시아계 매체 회원들은 구미계 중심의 클럽 운영에 반발, 독자적인 후보를 내 회장에 당선시켰다. 이후 클럽 운영과정에서 양측은 크고 작은 다툼을 벌여 왔다. 따라서 집행부 선출을 둘러싸고 불거진 양측의 대립은 자칫 조직 양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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