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 전 나오는 광고 개수를 세며 이제나저제나 영화 시작을 기다리던 시절,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는 안방극장의 최강자였다. 하지만 요즘은 지상파 TV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영화 개봉일에 맞춰 극장을 찾고, 극장에서 놓친 영화는 금세 유료 채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못 봐도 상관없다. DVD, 비디오, 위성방송, 영화전문 채널에서 앞 다퉈 해준다. 어둠의 세계 AVI파일과 인터넷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콘텐츠도 유혹한다. 지상파 TV의 영화 프로그램 위기는 더 이상 TV를 통해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 기인한다.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장편 영화 프로그램은 총 5편이다. KBS 2TV는 지난해 11월 <토요명화>를 폐지하고 (토 밤 12시25분)를 방영하고 있고 1TV는 <명화극장>(일 밤 12시50분)을 내보내고 있다. MBC도 지난해 9월부터 <주말의 명화>(금 밤 1시)만 유지하고 <일요영화특선>을 폐지했다. SBS는 <영화특급>(토 밤 1시)과 <씨네클럽>(일 밤 1시5분)을 방영하고 있다.

가 최근 봄 개편으로 방송 시간대를 20분 앞당겼지만 지상파 TV의 영화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는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로 대체로 늦다. 맘먹고 보려해도 쉽지 않은 시간대다. MBC <주말의 명화>가 밤 12시대로 밀려난 것은 2005년 <제5공화국>이 편성되면서부터인데 당시 시간상으로는 30분 늦춰졌지만 광고는 A등급에서 C등급으로 내려갔다. MBC 김종민 영화부장은 “시간대 변경으로 광고가 10분의 1수준으로 눈에 띄게 줄었고 현재는 15분의 1에서 20분의 1수준”이라고 말했다. KBS 이관형 PD도 “3년 전만 해도 60%정도 광고가 나갔는데 현재는 20%정도만 팔린다”고 밝혔다.

영화담당 PD들은 설·추석 등 명절을 제외하고는 정규 영화프로그램에서 영화를 트는 것은 100%적자라고 말한다. 이들은 한국영화 성장으로 인한 판권 가격 상승을 한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영화가 잘나가던 3년 전, 좋은 영화를 선점하기 위한 채널 간 구매 경쟁이 판권 가격을 껑충 뛰게 했다.

SBS 영화팀 김박 PD는 “자고 일어나면 영화 판권 가격이 1억씩 오르던 때도 있었다”며 “비싼 판권료를 주고 사와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현재는 3사 모두 영화 구입을 줄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고시장의 위축도 한 이유다. 김종민 부장은 “작년 MBC는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등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 여럿 있었음에도 2006년에 비해 광고가 많이 줄었다”며 “‘주말의 명화’는  밤 11시께 방송하던 때보다 15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 광고수입이 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관형 PD는 “지상파 TV는 영화를 보는 ‘불편한 창구’가 됐다”며 “즉시성, 편의성 등을 고려해도 다른 창구보다 나을게 없다”고 설명한다. 과거 영화의 유통 창구는 극장→비디오→지상파 정도였지만 요즘은 매체환경의 발달로 극장→인터넷프로토콜TV(IPTV)·프리미엄 유료 채널→DVD·비디오→위성TV·영화전문 케이블→지상파 TV 등으로 창구 자체가 확대됐다. 지상파 TV는 창구에서 한참 뒤로 밀린 탓에 처음 방영하는 영화임에도 3방·4방쯤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지상파 TV의 영화프로그램 환경이 변하면서 KBS는 지난해 11월10일부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영화를 방영하는 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영화를 극장과 시차를 두지 않고 방영함으로써 지상파 TV에서의 영화 유통창구를 극장과 대등한 수준으로 당겼다. ‘TV영화는 극장 다음에 방영하는 것’이라는 틀을 깬 것이다. KBS 이관형 PD는 “마케도니아나 방글라데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영화도 많다”며 “비용대비 콘텐츠 확보가 쉬워 앞으로 TV영화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민 부장도 “다큐영화나 독립영화 등을 통한 장르의 다양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박 PD는 “지난해 SBS를 통해 방영된 ‘프리즌브레이크’가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화 시리즈 시장이 넓지 않은 데다 영화 판권에 비해 외화 시리즈의 가격이 낮은 편이어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KBS는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그레이아나토미> 등 미국 ABC사의 드라마를 주 2회 편성하면서 재미를 보았고, MBC도 미국 CBS사의 시리즈를 주 2회 연속 방영하고 있다. 현재 SBS도 두 개인 장편 영화를 하나로 줄이고 외화 시리즈를 주 2회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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