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000만원, 이명박 니가 내라"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집회로, 체포전담조 투입까지 예상됐던 등록금 대책 투쟁집회에서 큰 충돌은 없었다. 대신 자신이 내세운 공약은커녕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 보다는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커다란 성토만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권 첫 대규모집회 평화롭게 마쳐…체포조는 계속 대기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은 이날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을지로∼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대학생들과 540여개 시민 사회단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관계자를 포함해 모두 1만여명에 달했다.

   
  ▲ 28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여 등록금 문제 해결 집회 중인 학생들. '1000만원 등록금 이명박 니라 내라'라는 피켓이 눈에 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한 목소리로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팽개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무책임하다" "이건 정부도 아니다" "4·9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고야 말 것"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나라당의 총선공약 그 어디에도 '반값등록금'이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며 "교육의 시장화를 반대하고 공공성을 지키고자 하는 이 땅의 모든 국민들과 힘을 합쳐 다가올 4·9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도 각 대학의 등록금이 6∼15%까지 인상됐으며 현재 수십개 대학의 의학 이공계열 등록금은 1000만원을, 고려대 의대 신입생의 경우 입학금까지 포함해 14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학업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는데 내몰리고 휴학, 신용불량자, 심지어 등록금 마련을 못한 학부모의 자살사태도 빚어진 바 있다.

"반값등록금 약속 내팽개친 이명박 정부·한나라당 총선서 심판" 한목소리

학부모 자격으로 대국민 편지를 낭독한 임정훈 전국민주연합노조 성북지부장은 자신을 환경미화원으로 소개하며 등록금의 부담을 호소했다.

   
  ▲ 28일 등록금 집회를 마친 1만여 학생 시위대가 청계천 길을 따라 행진하고 있다. 맞은 편에는 대기중인 체포조(기동중대). 이치열 기자 truth710@  
 
"임금 야간·월차수당까지 합쳐봐야 월 140만원, 연 1700만원이 채 안된다. 이런데 등록금 1000만원이라는 건 겁나고 말도 안나온다. 무능한 아버지로 비춰지긴 싫으나 대학 보내려하니 빚만 쌓여 서글프다."

등록금넷은 이에 따라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2008년 등록금 동결 및 인하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체 실시 △저소득층 학비 면제 또는 감면확대, 학자금 무이자 저리 대출 확대 △등록금 책정심의기구 법제화 △교육재정 GDP 대비 7%, 고등교육재정 1.1% 확보 등 5대 요구안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다 여러분은 도서관과 강의실을 박차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이제 우리 노동자가 학생과 함께 잘못된 세상을 고쳐나가기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노당·진보신당, 등록금 해결 법안 18대 국회 통과 약속

박인욱 한국대학생연합 의장(광운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삭발, 단식, 총회, 거리 투쟁도 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자살하는 대학생과 학부모였다"며 "반값 등록금 약속은 고사하고 세금으로 장학금을 확충하겠다는 막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너무나 부끄럽다. 등록금, 서민경제에 신경쓰지 않는 후보에게는 이번 총선에서 한푼도 주지 않겠다. 이 지긋지긋한 등록금 문제를 우리모두 해결해보자"고 호소했다.

   
  ▲ 28일 등록금 집회를 마치고 을지로1가 차도로 행진하고 있는 새내기 학생 시위대가 흥겨워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자리에 유일하게 정당 대표로 참석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덕우 진보신당 대표는 앞다퉈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화 약속을 천명했다. 천 대표는 "18대 국회가 개원하면 법안 1호로 등록금 해결 법안을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이건희 회장이 조성했다는 비자금 10조원을 이 자리에 모인 1만명의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전국 대학생의 1년치 등록금이 해결된다. 우리는 1년치가 아니라 영원히 해결할 '서민맞춤형 등록금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해 한미FTA 저지를 위한 각종 집회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이날 투입이 예상됐던 체포조(기동중대) 인력은 맞은편에서 시위대를 따라가며 대기했으나 직접 검거 움직임은 없었다. 다만, 사진기자와 같은 복장을 한 일부 채증조는 취재진과 함께 움직이며 시위대와 그 주변에 대해 많은 사진촬영을 했다.

'2MB에 담기엔 교육용량 너무커' '1000만원, 이명박 니가 내라' 재치 구호도

반면, 본 행사를 마친 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을지로 입구→을지로2가→남측 청계로→청계광장으로 이어지기까지 학생들은 '교육공공성을 확보하라' '교육재정 확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면서도 평화롭고 흥겨워했다.

이들은 "2MB 디스켓에 담기에는 교육이란 용량이 너무 커요" "등록금 1000만원 이명박 니가 내라" "5000만원 바치고 졸업하면 88만원 인생" 등 이색적이고 재치있는 풍자가 담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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