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집권1개월. 역대 정부와는 대조적으로 집권 초 기대와 희망이 벌써 분노와 실망으로 교체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가 이 정부에서 밀실인사, ‘고소영 인사’ 등 희한한 용어로 대체되며 민심이반을 부추겼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가 초반부터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의 비난에 가까운 헐뜯기식 비판 보도에 휘둘렸던데 비해 중앙, 동아일보는 새삼스럽게 밀월관계라는 표현이 나오듯이 이명박 정권에 우호적인 보도로 민심이반을 막으려는 모습이다. 이런 우호적인 미디어 환경에서조차 이 짧은 기간에 이미 한나라당의 이명박을 선택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등을 돌리고 있다.

   
  ▲ 중앙일보 3월22일자 1면.  
 
중앙일보는 22일 “MB 찍은 사람 ‘3명 중 1명’ 이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선 직후 한나라당 지지층이 47.6%였는데,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9.8%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후보를 찍은 사람은 3명 중 1명꼴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고도 전했다. 이 정도면 이 정권에 대한 지지율 급락을 의미한다.

‘경제살리기’를 하겠다는 새 정부가 집권초라는 유리한 상황. 국민적 비난의 표적이 된 노무현 심판론으로 2위와의 격차를 유례없이 따돌리며 당선된 희망의 대통령. 대부분 신문과 방송의 우호적인 보도 이 세가지 호조건속에서조차 이처럼 빠르게 지지세를 잃어가는 원인은 무엇일까. 동아, 중앙일보가 아무리 밀월관계를 내세우며 띄워주기를 하려해도 가속도가 붙은 민심이반은 막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 현실을 초래한 이유는 단 두 가지뿐이다. 오만한 권력의 남용과 무원칙한 인사정책이다. 권력을 아직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남용까지 언급하느냐고 반대할 수도 있지만 이미 그런 현상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무원칙하고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인사정책도 나쁘지만 이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국민의 의사를 깔아뭉개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3일 숨가쁘게 전개된 한나라당내 권력투쟁 양상은 이런 행태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파노라마다. 공천문제로 불거졌지만 공천이야말로 인사정책 중의 인사정책으로 그 당의 원칙과 투명성, 공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직접적 잣대가 된다. 남의 주장이 아니라 스스로 주장하고 비판하는 말들이니 굳이 해설을 갖다댈 이유가 없다. 먼저 전개과정부터 살펴보자.

총천을 불과 보름여 남겨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에서 터져나오는 기자회견은 하나하나가 폭발력을 갖는 불만의 소리들이다. 23일 오후 2시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공천이 잘못됐다’며 당 대표와 지도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뭐라고 말하던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두 시간 뒤 한나라당의 공천 후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지목해 “물러나라”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바로 세 시간 뒤 이번에는 강재섭 대표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으로 박 전 대표와 공천불만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밤 늦게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났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않았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낸 한나라당이 거대한 권력 투쟁의 회오리로 빨려 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겉으로 내건 것은 공천문제지만 새 정부 인선과 공천 등을 둘러싼 여권 핵심들의 죽기 살기식 파워게임이라고 한다.

특정당의 파워게임 그 자체는 늘 있는 일이다. 당외에서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정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국정을 펴나가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주목된다.

공천에 떨어진 사람들은 공천위원장이나 공천위원을 탓하기보다 하나같이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전최고위원을 향해 눈물과 원망의 독기를 뿌렸다. 박근혜 전대표는 단순하게 ‘속았다’고 표현했다. 공천을 포함한 인사정책에 원칙과 투명성이 결여되면 조직운영은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장관후보로 거명된 사람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수준과 내용의 논리성과 정당성을 살펴보면 결과는 간단하다. 국무총리, 장관들의 음험한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해괴한 변명이 세간에 회자되며 이명박 정부의 권위와 리더십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이런 엉터리 장관들의 수준미달의 엉터리 화법은 우호적인 언론조차 비아냥 기사를 쏟아낼 정도다.

‘생쥐튀김’ 발언은 가뜩이나 마뜩찮은 국민의 심사를 뒤집어 놓았다. 언론이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과 변도윤 여성부 장관이 3월 22일 마주 앉았다. 청와대와 여성부 관계자들도 있었다. 업무보고에 앞서 차를 마시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생쥐 머리… 그게 어떻게 (새우깡에) 들어갈 수 있지.”
변 장관: (농담처럼) “과거 노동부에서 직원이 몸이 안 좋다고 생쥐를 튀겨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대통령:(갑자기 말을 바꾸며) “쥐 머리는 보기가 그런데… (참치 캔에) 칼도 들어갔다고 하니까. (기업이)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 결국 자기네들은 안 먹을 것 아니냐...”

코미디물 ‘봉숭아 학당’에서나 나올 법한 대화내용이다. 대통령과 장관은 서로 딴소리하며 소통의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이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장관이 농담조의 말로 대통령의 지적사항을 흘리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와 당부가 장관선에서 이처럼 희화화 될 때 국장, 과장, 계장 선으로 내려갈 지시사항은 이미 상당히 훼손돼 있을 것이다.

공사구분조차 못하고 해야 할 농담과 해서는 안되는 농담 구분을 못하는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힘들다. 문제는 이런 장관들 걸러내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만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며 밀어붙인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오만이다.

문제많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삼성뇌물을 비롯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위치한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역시 예정대로 임명장을 주겠다고 한다. 처음부터 검증장치가 고장난 듯 문제많은 사람들을 내세우고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 정도로 넘어가는 것은 스스로 민심이반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박 전대표가 피를 토하듯 소리치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이는’ 행태다.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를 넘었더니 밀실인사, 무원칙한 인사가 오만한 권력의 힘을 믿고 국민을 초라하게 만든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이 행동으로 따라주지못할 때 위선이 되고 위기, 위험이 될 것이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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