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L(Creative Commons License,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은 저작물에 저작자가 직접 공유 여부 및 공유 허용 범위 등을 명시해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열린 저작권을 표방하는 자발적 이용 규약이다. 이에 따르면 비영리 목적으로 컨텐츠의 자유로운 공유가 가능하다.

   
  ▲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미 스탠포드대 로스쿨 교수. 이치열 기자  
 
2002년 처음으로 미국에서 CC(Creative Commons License,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운동을 시작한 로렌스 레식 교수(Lawrence Lessig·미 스탠포드대 로스쿨)를 만났다. 지난 1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CCKorea 컨퍼런스' 참석 차 방한한  레식 교수가 주창한 CCL은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CCL은 기본적으로 저작물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변경허락' 의 4가지 조건이 조합된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서로가 창작물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오픈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활동 취지다. 여기에는 물론 합리적 의미의 저작자 권리 존중도 포함되어 있다.

레식 교수는 "일단은 저작권 시스템을 합리적(sense)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창작자들을 존중(respect)하는 마음을 갖는 것, 이것이 CC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CC는 '카피(copy)'와 '재창조'가 난무하는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공유의 문화'에서 특히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 산업 영역에도 CC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레식 교수는 얼마 전 야후가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를 인수한 예를 들면서 "기업들이 인터넷 공유 문화에서 상업적 가치를 찾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영국 비비시(BBC)가 CCL이 붙은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를 제공하는 등 전통적 미디어 업계의 CC 도입 사례도 눈에 띈다. CC문화를 과학 및 학술 영역에 접목한 사이언스 커먼스(Science Commons)도 지난해 말 출범했다. 

   
  ▲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미 스탠포드대 로스쿨 교수. 이치열 기자  
 
한국에서도 CC가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들이 CCL을 도입해 자사 블로그와 카페에 적용하는 기능을 채택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한국의 뉴스뱅크, 삼성전자, NHN 등 사업자들이 참여해 CC 접목 가능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로렌스 레식 교수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이다.

-CC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디지털 기술에서 저작권에 대한 논의의 대부분은 찬반의 극단으로 갈려있다. 이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고 싶었다. 나의 창작물이지만 다른 이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손쉽게 알려줄 수 있는 일종의 '도구'인 셈이다. 그것이 CC의 출발이다. 창작자가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이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 완충지대를 통해 기존 저작권 시스템을 약간 변형할 토대를 만들고 싶었다."

-저작권에 강고한 미국에서 CC의 현황은.
"미 지적재산권 문제에 있어 헐리웃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조인들이 막강한 역할을 하고 있다. 10대들이 영화를 리믹스해 유튜브에 올린 것을 두고 할리웃 변호사들은 저작권 침해라고 한다. 저작권법이 명백하게 비상업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창작 활동을 불법 행위로 몰아가는, 지금 미국은 '밀주시대'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극단적 간극 사이의 균형이다. 저작권에 있어 규제를 풀 부분은 풀고, 제대로 적용할 부분은 적용되도록 하는 합리적 재조정이 필요하다."

-CC운동 이후 주목할 만한 변화는. 
"플리커라는 사진 공유 사이트를 야후가 인수한 사례에서 보듯, 기존 기업들이 창의적인 공유 문화로부터 상업적인 가치를 찾고 있다. 야후가 플리커가 갖고 있는 '공유의 경제성'을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관심이다. 유튜브는 그 자체로는 자발적으로 소통하는 이들의 의해 가치가 창출되었지만, 이제는 야후나 구글 등과 같은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공유의 문화'가 수익을 창출하는 공동체가 형성됐다."

   
  ▲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미 스탠포드대 로스쿨 교수. 이치열 기자  
 

-전통적인 미디어 영역에서도 CC 도입 사례가 있나.
"NBC나 폭스 같은 거대 미디어 쪽에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미디어들이 CC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currentTV 라는 케이블 방송국은 지난해 12월 CC를 자신들의 웹 방송국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관건은 각각의 뉴스 소스를 제공하는 개인들과 미디어간에 균형 잡힌 저작권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니가 Ivio기기를 통해 일본판 유튜브에 CC라이센스 컨텐츠를 명확히 표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한 사례다. 또 영국 비비시(BBC)가 CCL를 붙여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그 대상을 영국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개방해야한다고 본다."  

비즈니스 영역 넘나드는 CC의 진화 … CC0 CC+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허락 등 정해진 조건에 따라 저작물의 공유 허용 범위를 결정하도록 한 장치가 바로 CCL이다. 그런데 CCL이 진화하고 있다. CCL은 지난해 말 CC0, CC+ 등 버전업된 새로운 CCL을 소개발표했다. 

CC0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함을 표시하는 라이선스다. 해당 저작권에 배타적 권리가 없다는 디지털 서명인 셈. 주로 공공재 성격을 지닌 법률, 과학, 의학 자료 등에 적용된다.
CC+는 반대로 비즈니스를 위한 라이선스 조건이다. 기존 CCL의 범위를 넘어 해당 컨텐츠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때 이 표식을 누르면 상업적 조건을 의논할 수 있는 안내 표시가 뜬다. 저작자와 상업적 이용자를 연결하는 안내자 역할이다.

최근에는 CC문화를 과학 영역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사이언스 커먼스(Science Commons)는 연구자나 기업별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약 개발이나 과학 실험의 한계를 합법적인 실험자료 공유와 협업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들은 전 세계 학술 저널들을 CC라이선스 조건으로 공유하는 오픈 저널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존 윌뱅스 프로젝트 책임자는 "현재 서울대와 오픈 저널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CC 관련 활동은 CCK 홈페이지(www.creativecommons.or.kr)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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