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돌발영상> 제작진이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징계에 반론을 제기했다.

지난 5일 청와대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 발표에 앞서 미리 해명한 일을 풍자한 YTN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관련해, 청와대 기자단은 YTN 취재기자들에게 10∼12일 3일간 청와대 춘추관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지난 9일 <돌발영상>이 '백그라운드브리핑(기자들과 비공식적 질의 응답)'의 실명 비보도 원칙과 상호신의 원칙을 파기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 YTN <돌발영상> 3월7일 '마이너리티리포트'편. ⓒYTN  
 
그러나 YTN <돌발영상> 제작진은 13일 반론에서 "당시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백브리핑'이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만일 이번 브리핑 전체가 백브리핑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이 대변인의 실명·얼굴·육성을 보도한 청와대 기자단 스스로 실명 비보도 원칙을 위반했다는 모순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또한 "단정적 입장을 사전 발표 관행을 통해 내놓고, 이를 대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목적'보다 기사작성이라는 '수단'이 더 중시된 관행의 남용 내지는 오용"이라며 "일부 사안에 국한돼야 할 언론계 내부의 '신의성실 원칙'은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제작진은 "지난 7일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재방송 중단과 인터넷 삭제 건에 대해, YTN의 한 구성원으로서 파문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사과 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YTN <돌발영상> 제작진이 13일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청와대 기자단 징계에 대한 반론' 전문이다.

'청와대 기자단의 YTN 출입금지 조치 사유'에 대한 돌발영상 제작진의 반론

YTN 돌발영상 제작진은 지난 7일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재방송 중단과 인터넷 삭제 건에 대해, YTN의 한 구성원으로서 파문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우선 깊이 사과 드립니다.

다만 방송 이후, 그에 따른 청와대 기자단의 'YTN 3일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해당 조치의 사유로 제시된 내용들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이 반론을 펴고자 합니다.

1. 돌발영상이 '백브리핑에 대한 실명 비보도 원칙'을 위배했다는 청와대 기자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백브리핑'이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없습니다.

당시 이 대변인의 브리핑은 청와대 브리핑룸 전면 정중앙에 있는 공식 단상에 선 채, 마이크를 대고 이뤄진 것이며, 브리핑 처음부터 대부분의 방송사 촬영기자들이 촬영을 하던 상황으로서, 촬영 없이 단상 밑에서 이뤄지는 '통상적인 백브리핑'과는 분명히 구별됩니다.

또한 이 대변인 스스로 당시 브리핑을 실명 비보도 원칙으로 해달라고 사전, 또는 브리핑 중간, 나아가 사후에도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당시 이 대변인의 브리핑은 사제단의 주장에 대한 사전 입장 발표를 포함해 대통령의 비서동 방문, 수석 비서관들에 대한 당부 발언, 대통령과 기업인들간의 직접 전화통화 추진, 외청장 인선 등 여러 공식 사안들을 중간에 끊김 없이, 같은 자리에서 나열 발표한 것으로서 브리핑의 상당 부분은 당일, 대부분의 언론이 이 대변인의 실명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특히 '사제단의 의혹 제기는 자체조사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이 대변인의 발언 역시, 신문은 이 대변인의 실명을 써서, 방송은 실명은 물론 얼굴과 육성을 활용해 보도한 것으로서 '이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사전 브리핑에 대한 동의를 묻거나 4시 이후로 엠바고를 설정하겠다'는 '문제의' 발언들과, '보도, 비보도'의 구분을 짓지 않고 함께 이어지는 맥락으로 발표됐습니다.

만일 청와대 기자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브리핑 전체가 백브리핑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청와대 기자단 전체가 스스로 실명 비보도 원칙을 위반했다는 모순을 낳습니다.

만일 그게 아니라 전체 브리핑 중에서 내용을 감안해 실명 보도와 비실명 보도를 가렸어야 했다고 한다면, 그 기준은 당시 브리핑을 들은 기자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YTN의 출입금지 조치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YTN <돌발영상> 3월7일 '마이너리티리포트'편. ⓒYTN  
 
2.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제작 의도는 기자와 취재원과의 신의성실 원칙으로 간주되는 '사전 입장 발표' 관행을 문제삼은 것이 아닙니다.

돌발영상 소속 기자들 역시 수 년 씩 출입처에서 취재하며 관행에 익숙해진 기자들로서 일부 사안에 대해 출입처 대변인들의 사전 입장 발표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취임이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맞춘 각 정당의 논평을 사전에     얻는 것, 또는 내정이 확정된 고위공직자들의 명단을 빠른 기사작성을 위해 보도 시점을    제시하고 미리 발표하는 것은 보도 윤리적으로 용인될 문제라 봅니다. 

돌발영상의 제작 의도는 최고 권력기관이자 최고 책임기관인 청와대가 '중대 의혹 제기'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거나 '구체적 내용은 파악 중에 있다'는 상식적 수준이 아닌,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다'는 단정적 입장을 사전 입장발표 관행을 통해 내놓고, 이를 대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목적'보다, 기사작성이라는 '수단'이 더 중시된 관행의 남용 내지는 오용이라는 문제의식입니다.      

이와 함께 '사실무근으로 파악됐음'은 사전에 단정할 수 있지만 '왜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는지'는 사전에 말 할 수 없다는 대변인의 논리적 모순을 통해 과연 청와대가 의혹에 대해 충분한 자체조사를 했는지, 나아가 사제단의 의혹제기에 대해 청와대의 강한 부인도 함께 보도되게 하려는 조급함에서 '일단은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을 한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따라서 일부 사안에 국한돼야 할 언론계 내부의 '신의성실 원칙'은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할 수 없으므로,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수수 여부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신의성실 원칙'이 이번 청와대의 사전 입장 발표와는 전혀 부합될 수 없으며, 'YTN이 신의성실 원칙을 무시했다'는 청와대 기자단의 주장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2008년 3월13일 YTN 돌발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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