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편의'를 위한 '사전 브리핑'
'기자들 편의'를 위한 '사전 브리핑'
[기자수첩]'국민의 알 권리' 고려한 세밀한 '엠바고' 원칙 세워져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 발표에 앞서 청와대가 미리 해명한 일을 풍자한 YTN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삭제와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의 취재관행으로 굳어진 '사전 브리핑'과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엠바고(보도시점 제한)'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기자들 편의'를 위한 '사전 브리핑'

문제의 발단은 '사전 브리핑'이었다. 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 발표는 지난 5일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다. 이보다 1시간 빠른 3시께 청와대 춘추관의 방송기자들이 마감시간 등을 고려해 사제단의 발표에 따른 청와대의 반론을 먼저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동관 대변인도 이에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며 사제단 발표 후에 보도하라는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리고 오후 4시 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김인국 신부는 "저희가 밝히지 않은 인사가 누구인지, 어떻게 저희의 심경을 알아맞혔는지 모르겠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을 이런 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의 사전브리핑을 꼬집었다.

한겨레는 6일자 <"국정원, 여러 경로로 '명단 공개 말라' 압박">을 통해 "사제단은 국정원 쪽으로부터 '김성호 내정자의 이름을 공개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의 말까지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쯤 되면 청와대가 사제단의 발표 전에 '떡값 명단'을 알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들은 청와대의 '자체조사'에 대해 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한 기자가 "몇 명을 며칠 간 조사했냐"는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사전 브리핑'이기 때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기자들은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요청한 '사전 브리핑' 덕에 청와대에 더 이상의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셈이다.

'사전 브리핑'이 엠바고 대상?

이 대변인은 '사전 브리핑'을 하면서 기자들에 '엠바고'를 요청했다.  사전브리핑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일제히 '네'하고 대답했다.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엠바고는 언론자유에 대한 극히 예외적인 개념으로 미리 보도됨으로써 국가·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때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성립된다. 5일 있었던 청와대의 '사전 브리핑'을 엠바고 대상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게다가 7일 방영된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은 엠바고 파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 대변인이 '사전 브리핑'을 하면서 제한 요청한 시점은 사제단의 발표 뒤였고 <돌발영상>은 이틀 후인 7일 오후 2시40분에 방영됐다. 보도시점 제한이 끝난 뒤 그 과정을 공개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과 관련해, 청와대 춘추관 기자단은 YTN 취재기자들에게 10~12일 3일간 청와대 춘추관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백그라운드브리핑(기자들과 비공식적 질의 응답) 원칙과 상호신의의 원칙을 파기했다는 이유에서다. 황정욱(연합뉴스)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는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는 기자의 편의를 위해 시급할 때 기사의 방향을 고려해 실명을 쓰지 않을 것을 전제로 브리핑하는 취재원과 기자단 사이의 상호신의를 깬 것"이라며 "자꾸 이런 일이 유출되면 기자단에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단과 취재원, 서로의 편의를 위해 유지돼 온 관례를 국민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하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오히려 <돌발영상>은 관례로 굳어진 '사전 브리핑'과 시도 때도 없이 남용되어온 '엠바고' 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기자단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엠바고의 원칙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에 다시 세워지는 엠바고 원칙은 취재기자들의 편의가 아닌 '국민의 알 권리'가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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