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에 이어 최근 들어 조선일보 기자들이 잇달아 회사를 떠나고 있다. 정계 진출과 로스쿨 진학 등 저마다 떠나는 이유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회사의 비전 부재와 데스크와의 갈등,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정병선)이 지난 21일 펴낸 노보에 따르면, 2007년 4월부터 22일 현재까지 회사를 떠난 기자들은 모두 14명이었다.

올해 들어 두 달 동안에만도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난 이진동 전 기자를 포함해 김지훈 박민선 김선일 기자 등 네 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2005년 말 단행된 구조조정 이후 조선에서는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1명의 기자가 회사를 그만뒀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0명이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석달 동안 회사를 떠났다.

노보는 “2000년 4750억 원에 달했던 매출은 3800억 원(2006년 기준) 선으로 떨어졌다. 20%나 줄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앞으로 어떻게 난관을 타개해 나갈지 비전을 얘기하는 간부는 없다”며 “과연 회사가 우수 인력을 붙잡아 두기 위한 비전이나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노보가 전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기자들의 엑소더스 현상 중심에는 ‘비전의 부재’가 있다.

조합원들은 “일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가정은 완전히 희생하고, 사생활도 없이 10∼20년씩 일해봐도 나중에 자기에게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라거나 “가정도 다 내팽개치고 친구도 다 잃고 거의 14∼15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일을 하고 있다보면 회의가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위로 올라갈수록 그런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된다”고 꼬집었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부족한 휴식시간 등 근무환경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기자들은 “주5일제를 한다고 해도 쉬는 날에도 전화기는 수시로 울려대기 마련이고 찜질방이나 목욕탕에 가도 전화기나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한다” “이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인정을 받으려면 가정은 일단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조합원들은 “저녁 늦게 또는 주말에 비효율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근무시스템으로 육아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1년에 한두 번쯤 익명으로 노보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유일한 의견 표출 방법” “가정과 기자생활을 양립하기란, 특히 여성의 경우는 그게 더욱 더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내 의사 소통 부재로 인한 데스크와의 갈등과 회사 분위기 등 ‘신뢰의 부재’를 지적한 사람도 많았다.
한 조합원은 “최근 들어 조직 내 의사소통이 더 안 되고 있”다며 “데스크와의 갈등은 늘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조직 내부에 문제가 생겨도 문제제기 자체가 쉽지 않고, 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잘 해결되지 않는 모습에서 절망하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한 번 찍히면 끝난다’거나 ‘아무리 충성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직 문화에 팽배해 있고, 이게 개인적인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자들은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업무 부하를 줄이고 휴일 등 여가시간에 확실하게 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실행하는 등의 근무환경 개선과 △자기계발 등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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