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관련 의혹,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논문 표절 의혹,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중복게재 의혹,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절대 농지(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이 구입할 수 없는 농지) 보유 및 투기 의혹,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이중국적 논란 ….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적극 제기했다. 다른 조간신문도 관련 논란을 비중 있게 지면에 실었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동아일보는 시비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해명을 자세히 전달하거나  정치권의 공방으로 처리했다.

다음은 2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의혹 내각'>
국민일보 <작년 사교육비 20조>
동아일보 <"한미, 북 급변사태 대비 즉각 대화 필요">
세계일보 <제자와 공동연구한 논문 자기 이름으로만 발표도>
서울신문 <"이춘호·남주홍 청문 거부할수도">
조선일보 <"중 경제 장기적으론 낙관적 일 대신 아 지오자 역할 할 것">
중앙일보 <"을사늑약 부당…전면 문호개방 뜻 전하라" 고종, 1905년 유럽 공관에 훈령>
한겨레 <사교육비 20조…사실상 공교육 예산 '추월'>
한국일보 <"한나라 보는 눈 대선때 같지 않다">

이명박정부의 첫 장관·청와대 수석 자리에 오른 교수 출신들에 대한 논문 표절, 중복 게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숙명여대 교수 시절 또다른 논문을 표절해 중복 게재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2004년 10월 한 학회에서 제자와 공동명의로 발표한 논문을 이듬해 4월 다른 학회지에 단독 명의로 게재했다는 것이다. 2006년과 2002년 제자의 석사 논문이 발표된 뒤 이와 유사한 논문을 발표했다는 지적에 이어 세 번째다.

   
  ▲ 2월23일자 경향신문 1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인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는 논문의 제목이나 내용을 살짝 수정해 학회지와 학술지에 중복 게재 '자기 표절' 방법으로 5개 논문을 12곳에 중복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3면 <박미석 3개, 김성이 5개 '표절·중복게재'> 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논문이 교수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일 뿐 아니라 표절은 도덕성에 치명적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진퇴 여부가 주목된다. 실제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논문이 중복 게재됐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결국 퇴진한 바 있다"고 간접적으로 사임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또 1면 <장관후보 자녀半 외국국적·유학> 기사에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각료 후보자들이 제출한 재산·병역·납세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밝히며 "차기 정부 초대 각료 후보자들 중 2명을 제외한 13명은 자녀들 가운데 최소 한 명의 국적이 외국이거나, 유학 등으로 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후보자가 자녀들의 부동산·예금 등 재산을 국회에 신고한 경우는 절반 정도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 2월23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재산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한겨레는 1면 <박은경 환경장관 후보 김포땅 투기의혹> 기사에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경기 김포시에 '농업인'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는 규모의 농지를 사들인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박 후보자는 1999년 4월 경기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 347-2번지 논 3817㎡(약 1157평)를 샀다"면서 "당시 농지법은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 소유할 수 있고, 위탁 영농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2003년 법 개정으로 농업인이 아닌 경우 주말농장 등 용도로 1000㎡ 미만을 소유할 수 있게 됐으나 박 후보자는 땅 규모가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농지법상 농업인은 '1천㎡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 또는 다년생 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등'으로 규정돼 있다"며 '친척이 직접 농사를 짓고 있고 매년 쌀도 받고 있다'고 후보자의 공식 입장에 대해 "이런 영농 행태는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위탁 영농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다주택 장관'들 거액 차익…정운천 5배…유인촌 12배> 기사에서도 "두 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장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주소지가 아닌 여유 주택의 시세차익을 따져보니 최소 7500만원에서 최대 16억7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이 아파트 구입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 내역은 마치 일그러진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절묘한 매입 시기와 입지 선정은 '부동산 투기'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억대 이상 시세차익을 얻은 장관 후보자들로 정운천(농수산식품부), 유인촌(문화체육관광부), 김도연(교육과학기술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등을 거명했다. 또 하단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본 '부동산 내각'>이란 부제를 달고 관련 보도를 내어 차기 정부의 초대 내각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부동산 부자'들로 채워지면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흐르고, 투기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투기가 아니라는 장관 후보들의 해명에 대해서도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집만 5채를 갖고 있어서 투기가 너무 확실하다',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서초구의 아파트를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 직전에 샀는데 이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투기꾼들의 전형적인 투자행태다', '농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방에 주소지를 둔 채 개포동에 9억8천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데, 실평수가 15평인 것을 보니 재건축을 노린 투기수요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 2월23일자 조선일보 8면  
 
조선일보는 당사자들의 해명을 자세히 전달했다. 동아일보 역시 5면 <장관 후보자 꼬리무는 '잡음'> 기사에서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는 한편 당사자들의 해명을 함께 실었다. 중앙일보는 사회면(10면)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며 관련 의혹들을 전했다. 이들 신문은 관련 내용을 정치권의 공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비판과 당부는 다르다. 대다수 신문들이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비판한 반면 이른바 조선·중앙·동아는 새 정부에 대한 당부에 무게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사설 <공직 검증과 부동산>에서 주로 국무위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부자라는 사실만으로 허물을 삼거나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투기행위자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과거 일반적 풍속의 범위 안에 있었던 일이라면 용인할 수 있는 아량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다만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는 불법·탈법을 하지 않았다 해도 집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장관 청문회, 재산 형성 불·탈법 샅샅이 가려내라>에서 "우리 사회는 공직자의 많은 재산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며 " '단순히 재산이 많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호영 대변인은 말은 당연하지만 공직자의 경우엔 그 당위론만을 강조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새 정부 출발을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장관 재산' 철저히 검증하되 정치공세는 말아야>에서 "재산이 많다고 장관 부적격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 중에도 거액의 재산가가 적지 않다. …'부자 되세요'가 덕담인 세상이다"고 보도하고, "다만 국회 청문회를 통해 재산 형성 과정만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통합민주당은 벌써부터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 문제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라면서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자' 대 '없는 자'의 구도로 몰아갈 것이란 관측마저 있다. 이런 식으로 국민 편 가르기를 재현한다면 양식 있는 국민으로부터 싸늘하게 외면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은 어느 쪽일까?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한나라 보는 눈 대선때 같지 않다">에서 "새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 인선 등이 잇달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한나라당 안팎에서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 전개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과욕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의 인선 논란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 2월23일자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이 당선인의 지지율이 대선 직후만 해도 80%를 상회했었다"면서 "정부도 공식 출범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이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50%대를 기록하는 등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또 "새 정부를 이끌고 갈 각료와 청와대 수석이 특정 인맥과 종교, 계층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분출했고, 결국'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정부', '땅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이 확산되고 있다"며 한 여론조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민의 기본적인 견제심리에 각종 논란이 더해져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총선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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