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시행령을 논의 중이나 망 동등 접근과 콘텐츠 동등 접근 문제 등 주요 사안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지난 18일까지 이달 들어 모두 네 차례 시행령 제정을 위해 만났지만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망 동등 접근’ 유명무실해질 수도= 방송위와 정통부의 입장이 갈리는 사안은 망 동등 접근과 콘텐츠 동등 접근이다. 특히 망 문제는 동등 접근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예 IPTV사업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법 제정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IPTV 모법은 망 동등 접근과 관련, 필수 전기통신설비의 요청에 대해 설비부족, 영업비밀보호 등의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며 상징적 수준에서 명시하고 있다. 전기통신설비 범위, 설비제공의 거절·중단·제한 사유나 대가 산정원칙 등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33조의5 제3항 규정에 따른 ‘전기통신설비의 제공조건 및 대가 산정기준’을 준용하자는 입장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6조) 구축시점에서 3년이 지나지 않은 설비와 2004년 이후 구축하는 광케이블은 의무제공 대상설비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망 동등 접근의 핵심인 프리미엄망에 대한 동등접근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다음(Daum)처럼 망이 없는 사업자들은 IPTV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달리 방송위는 필수적인 전기통신설비 범위, 전기통신설비 제공의 거절·중단·제한 사유, 전기통신설비 제공의 부당한 차별과 제공 방법·절차, 전기통신설비 이용 대가 산정원칙 등을 모두 6개 조항에 걸쳐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설비제공 거절사유와 관련해서도 설비를 제공해 업무장애가 있거나 기술기준이 맞지 않는 경우 등의 경우에만 거절할 수 있게 해두었다.

 ▷정통부, 콘텐츠에 과도 접근= 정통부는 망에 대해서 느슨한 기준을 제시했다면, 콘텐츠 동등 접근에 대해서는 모법의 체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모법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콘텐츠 사업자’는 방송위에 신고 또는 등록을 해야 하고, 종합편성·홈쇼핑·보도전문 콘텐츠 사업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콘텐츠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케이블만 선택해 전송할 수 있는 것도 뜻한다.  

그러나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부가통신사업자나 방송법상의 방송사업자는 신고나 등록·승인절차 없이도 콘텐츠 사업자로 포함시키고 있다.

정통부의 이런 입장은 콘텐츠 동등접근 조항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정통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프로그램 분야별로 시청점유율 등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하는 기준에 포함되는 실시간 프로그램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1/2이상이 송출하는 PP의 실시간 프로그램 △접근이 제한될 경우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사업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콘텐츠 등을 고시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케이블TV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과 지상파 방송의 주요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일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차별성이 IPTV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정통부의 이런 입장은 콘텐츠 사업자의 교섭력을 아예 없애 콘텐츠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한 콘텐츠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 관계자는 “그런 입장을 냈지만 현재 방송위와 논의 중이어서 현재 정통부 입장이다 아니다를 말하기 어렵다”며 모호하게 말했다.

반면, 방송위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과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기준으로 주요방송프로그램을 고시해 IPTV에도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배력 전이 방지도 이견 팽팽= 이외에 특정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 방지에 대해서도 두 기관의 입장은 다르다.

모법은 KT 등 거대 통신사업자의 자회사 분리가 빠진 채 지배력이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을 담고 있는데, 방송위는 이에 대해 회계분리와 함께 영국의 BT나 호주의 텔스트라처럼 사업부문 분리(사업자 내부에서 해당 사업부문의 인력·자산·회계분리 등을 통해 다른 사업부문과 분리해 독립 운영하도록 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회계분리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방송위 뉴미디어부 관계자는 “회계분리는 방송·통신사업자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규제여서 지배력 전이를 막기에는 모자라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