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치권은 문제다. 하지만 정부 조직 개편 자체에 대한 평가없이 정치적으로만 접근하거나 신 정부와 구 정부가 공존하는 어색한 상황에 대해 과도한 공포감을 불어넣는 신문 보도가 이런 대치를 해소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다음은 20일자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정치'가 없다, '대치'만 있다>
-국민일보 <협상뒷전…여론몰이만>
-동아일보 <"새 정부, 국민 믿음 얻어야 경제 살릴 수 있어">
-서울신문 <'이대통령+노내각' 파행출범>
-세계일보 <신·구 정권 '이상한 동거'>
-조선일보 <'장관없는 나라' 국정혼돈 불가피>
-중앙일보 <1906년 독일 황제에게도 보냈다>
-한겨레 <"이공계만이라도 본고사" 평준화 반대 엘리트주의/"북한 붕괴가 북핵 해법" 대화 부정 대북 강경론>
-한국일보 <'서울시 사단' 국정의 핵으로>

1면 제목에서 드러나듯, 20일자 신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참여정부 장관' 체제가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새 대통령이 새 정부 관료를 발표한 가운데 이전 정부 관료가 존재하는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신문마다 입장이 달랐다.  

이 상황을 가장 우려한 것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장관없는 나라' 국정혼돈 불가피>라고 주장했다. 제목만 보면 경천동지할 일이 생긴 듯 하다.

   
  ▲ 조선일보 2월20일 1면.  
 
"여야 간 정부조직개편 협상 결렬로 새 정부가 장관 없이 출범하게 되면서,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과정을 관리하고, 통·폐합 대상인 6개 부처는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뇌사' 상태에서 몇 달을 보내는 등 파행 운영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절차는 빨라야 3월 초, 늦으면 3월 19일에야 끝나는데 이때까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내각의 동거'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불가피하다. 또 통·폐합 대상 부처는 4월 총선에 따라 6월 새 국회가 소집돼 정부 조직법이 통과될 때까지 장관도 없고, 업무도 없이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혼란한 대한민국'이란 3면 기사의 표제어를 봐도 그렇다. <옛장관·새장관 '동거'…외교는 누가 하고 인사는 누가 하나>는 기사는 예산처 과기부 정통부 등 해체예정 부서와 협상결과에 따라 존치여부가 결정되는 통일부 해수부 여성부의 술렁이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표제어가 <국정은 '흔들' 관가는 '술렁'…정부개편 결렬로 혼란한 대한민국>이다.

   
  ▲ 한겨레 2월20일 5면.  
 
그런데 한겨레를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한겨레는 협상 결렬로 국회 청문 절차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청문 요청안 제출 20일 뒤인 3월10일께는 신임 대통령이 새 각료를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인사청문회 파행땐 신·구정부 '보름동거'>(5면)로 요약했다.

조선을 보면 현 상황이 사상 초유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통령이 먼저 취임하고 그 뒤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겨레 <'장관없는 정부' 이번이 3번째>(5면)기사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에선 3월2일까지, 노무현 정부에서는 2월26일까지 옛장관이 현직을 유지한 적이 있었다. 기사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2월25일 취임 뒤 엿새가 지난 3월3일에야 첫 조각 명단을 발표했다. 김종필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해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총리 인준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출범식 당일 총리 인준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무산됐고, 김 전 대통령은 앞서 2월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을 취임 뒤에도 공포하지 않은 채 국회의 총리 인준을 기다렸다. 당시 정부조직법은 부총리와 정무장관을 폐지하고 내무부와 총무처를 합쳐 행정자치부로 만드는 등 '2원 14부 5처'의 정부조직을 '17부 2처'로 바꾸는 내용으로, 개정안 제출 14일 만에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그러나 3월2일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 표결 도중 공개투표 의혹이 일면서 투표가 중단돼 인준안 처리가 또다시 무산되자,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다음날인 3월3일 김종필씨를 ‘총리 서리’로 임명하고 초대 장관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없어 이들은 발표와 함께 임명장을 받았다. 김종필씨는 6개월 가까이 지난 8월17일에서야 ‘서리’라는 꼬리표를 뗐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날인 2월25일 고건 총리 인준안이 처리되지 못해 임기 첫날과 이튿날을 총리와 장관 없이 보냈다."

조선은 '장관이 없어 대한민국이 혼란하다'고 했지만 '새 대통령·헌 각료'의 문제는 서울신문의 '새 대통령·헌 각료 무엇이 문제인가'보도처럼 "결국 주요 정책과 인사 등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은 내정자가 갖는 반면, 형식적인 결재만 기존 장관이 하는 만큼 혼선이나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한 정도 일 수 있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명박 당선인의 장관 후보자 전격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9일 전국 성인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15명의 국무위원 후보 명단 발표에 대해 "새 정부 출범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가 41.0%, "협상 과정을 좀더 지켜봐야 했는데 성급한 조치였다"가 53.7%였다.

동아 "손학규 대표, 새 정부의 정상 출범 방해한 책임 져야"

대다수의 신문이 사설을 통해 여야 대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양비론도 일부 있지만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 중앙일보 2월20일 34면.  
 
중앙일보는 사설 <비협조적인 민주당, 서두르는 당선인>에서 "새 정부 출범이 파행을 겪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이나 통합민주당 모두의 잘못"이라며 "당선인은 절차를 어기며 너무 서두르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국민이 선택한 정부의 새 출발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여야 정치권은 자성의 냉각기간을>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애써 협상하려는 듯한 자세를 꾸미지 말고, 차라리 '냉각기'를 갖는 게 낫다"며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로 확인한 국민의 지지를 구체적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공감이라고 확대 해석하고, 협상절차 자체를 번거롭게 여기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도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 지지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그리는 현상을 어떻게든 타파하려는 생각이 앞섰던 게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자성 없이 백날 '쇼'를 해봐야 헛일"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민주당, 이명박 정부의 정상 출범에 협조하라>로 주문했던 동아일보는 사설 <손학규의 경우>에서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향해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을 방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동아는 "그가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100일 민심대장정'을 할 때의 화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였다"며 "국민은 작년 대선에서 '적은 규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의 정상 출범에 협조하기는커녕 이를 가로막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동아는 "지금 손 대표는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경제 살리기도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의 '강수'가 한나라당 탈당의 '원죄'를 씻고 취약한 당내 기반을 강화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한나라당의 안정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을 감쌌다. 

세계일보도 사설 <인사청문회 보이콧, 뭐 하자는 건가>에서 "새 정부 조직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하다 출범 일주일도 안 남은 절박한 상태로 몰아 놓고 불법, 탈법을 따지는 게 합당한가. 갈 길 재촉하는 이 당선인에게 뒤늦게 육법전서를 들이대는 게 능사가 아니"라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정부조직 개편 흔들릴 이유 없다>에서 "(신 정부와 구 내각이 한동안 동거하는 괴이한 모습)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여야 협상이 매듭지어지기 전에 이 당선인이 조각 명단을 발표한 데에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원인 제공자는 바로 민주당"이라고 공세했다. 
 
조선도 사설 <정부조직 충돌, 먼저 물러서는 쪽이 국민 마음 얻는다>에서 민주당에 책임론을 물었지만 꾸짖고 비난했던 앞의 신문들과 달리 달래고 얼렀다.

"지금 당장 열쇠를 쥔 쪽은 민주당이다. 새 대통령과 구 장관이 동거하는 말도 안 되는 사태는 민주당이 장관 인사청문회 길만 열어주면 풀린다. 정부조직법 싸움은 그다음에 계속해도 된다. 여야가 대립하는 중에 한번 양보하면 계속 밀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와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경쟁이다. 국민은 지금 누가 그래도 한 발이라도 양보해서 최악의 사태만은 막으려 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이 진짜 총선 전략이 될 수 있는지를 당선자 측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대북 강경론자 통일부 장관 인선엔 무관심

'통일은 없다'고 주장해온 인사가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는 일에 대해 신문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겨레와 서울신문(<통일은 없다 저자가 통일장관?>) 정도가 남주홍 통일담당 국무위원 후보자의 논란을 다뤘다.

한겨레는 <"이공계만이라도 본고사" 평준화 반대 엘리트주의/"북한 붕괴가 북핵 해법" 대화 부정 대북 강경론>이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남주홍 통일담당 국무위원 후보자의 문제점을 적시했다.

한겨레는 "이공계만이라도 본고사를 도입하고, 특목고와 일반고 간의 내신 획일화만은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준화를 지향하는 초중등 교육에 대해 이제는 그 빛과 그림자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찾아야하라 시점"이라는 김 후보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평준화 보완, 본고사 반대'방침보다도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남 공작문서나 다름없는 6·15 공동성명" "북한 핵을 정치적으로 풀어가려는 것은 어리석은 환상"이라는 남 후보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남 후보를 극단적 대북 강경론자라고 평했다.

이와 달리 중앙일보는 <'햇볕'대신 '응달'…주목받는 남주홍>(3면)에서 "그는 지난 10년 진보 정권의 대북 노선과 정반대 입장에 서 있었다. 포용정책 방법론을 비판하고, 북한 인권을 강조했으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에 불편해했다. 그런 소신이 반영된다면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남 후보자는 보수가 소수던 시절 일관되게 보수 목소리를 냈다. 지금 진보 진영에서 "지나치게 선명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김 후보자와 관련해 <김도연식 개혁 통할까>(10면)에서 서울대 공대 학장 시절 교수평가제를 도입하고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신입생에 대해 수학물리 개인교습을 시킨 것을 언급하며 '공학교육 개혁 선구자'라고 평했다.

조선·중앙·한겨레, '식당 조사' 한 목소리 비난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이명박 당선인을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문들은 17일 삼청각 한식당에서 이뤄진 특검팀의 이 당선인 조사가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삼청각에서 곰탕 먹으며 한 특검의 '이명박 조사'>에서 삼청각에서의 '식당 조사'를 꼬집었다.

"당선자와 특검팀은 음식점에서 2시간이 조금 넘게 머물렀다고 한다. 식사하는 데 30분은 걸렸을 것이다. 실제 조사는 기껏해야 1시간30분이었다고 봐야 한다. 음식점 종업원들은 "당선자가 조사받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식사하러 온 줄 알았다"고 했다. 조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안 봤어도 알 만한 것이다. 인수위 대변인도 "정확하게 조사라고 말하긴 어렵다. 서면답변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특검팀 조사가 조사했다는 증거만 남기기 위한 요식 절차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 특검보들이 '만찬 조사'를 끝내고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고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수사를 엄정히 하라고 임명한 사람들의 행동이 이러했으니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앙일보도 사설 <이명박 특검의 '식당 조사'>에서 "특검팀원들이 불과 2시간여 동안 당선인을 조사한 뒤 꼬리곰탕 식사를 함께 한 것도 국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해준 독립성과 당당함을 유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이 조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몇몇 동료가 크게 반기며 격려했다는 부분에선 어이가 없어진다"며 "이번 조사가 "법을 지키겠다는 소신으로 조사에 응했다"고 밝힌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쳤다고 본다. 기왕에 조사를 받으려면 장소까지도 당당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이명박 특검, 또 부실수사 논란 부를 텐가>에서 '식당 조사'와 관련해 "특검 수사마저 권력 눈치 보느라 부실했다는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가"라며 되물었다.

"당선인이 직접 조사 받는 모양새를 어떻게든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은 이를 두고 "조사라고 말하긴 어렵다. 서면 답변한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였다"고까지 했다. 특검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다. 그런데도 특검팀은 특검보가 조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조사의 성과보다 조사 사실 자체에 환호작약하는 분위기였다는 말이다. BBK의 의혹을 밝히려면 당선인에 대한 직접 조사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보편적 시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행보다."

한겨레는 사설 <'이명박 특검', 진실규명 제대로 했는가>에서 '식당 조사'를 비롯한 특검팀의 조사 전반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다른 조사도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비비케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준씨와 이 당선인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데도 두 사람의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도곡동 땅 소유관계를 드러낼 방증이었던 하나은행과 포스코 쪽 증인들 조사도 검찰 수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정도의 조사를 통해 나온 특검의 판단은 검찰수사 결과조차 부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결과 발표 당시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이명박 당선인의 형)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확실한 증거만 없을 뿐이라지만, 사실 관련 증언이 없는 게 아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실시 직후인 1993년의 여러 언론 보도와 단행본 등에는 도곡동 땅이 이명박 당시 민자당 의원 것으로 서술돼 있다. 당시 청와대는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검증해 보고서까지 만들었다. 그런데도 특검은 이상은씨 쪽이 뒤늦게 낸 입증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땅이 이씨 소유가 맞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다간 특검까지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