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 서산지청(지청장 박충근)은 21일 예인선 선장 3명(2명 구속, 1명 불구속)과 유조선 선장 및 항해사 등 2명(불구속)에 대해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선박파괴, 선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관심을 모았던 예인선측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에 대해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유조선측인 허베이 스피리트 선박 주식회사도 불구속기소했다.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대신 유조선측과의 '쌍방과실'로 결론을 내렸다.

   
  ▲ 충남 보령 장고도리 주민들이 인근 해안의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  
 
검찰 기름유출 사건 수사결과, 삼성중공업·허베이 '쌍방과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 사회단체에서는 삼성봐주기식 부실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날 오후 '태안 앞바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이같이 발표하고 향후 관련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예인선 삼성T5 선장 조모씨, 삼성1호 선장 김모씨, 삼호T3 선장 김모씨는 업무상 과실선박파괴 및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대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부선(삼성1호)에 예인줄을 걸고 거제시 삼성조선소로 출함하면서 항해 예정기간의 기상정보 파악을 소홀히했다. 예인선박은 다음 날인 7일 오전 3시 서해남·중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뒤 가상 악화로 예정항로를 벗어나 인천방향으로 회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다시 원항로로 복귀하다가 오전 6시경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1마일 거리까지 접근했다. 풍랑과 조류의 영향으로 떠밀리는 상황에서도 대산 관제소 및 유조선측의 교신에 응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결국 예인줄이 끊어져 유조선을 들이받아 적재 중이던 원유 1만2547kl(약 1만900톤)을 유출하게 한 혐의다.

삼성T5 조 선장은 충돌 직후인 7시10분경 '앵커체인을 늘여달라'고 교신한 것 외에 별다른 교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유조선과 직접 교신 등을 한 것처럼 항해일지를 허위기재해 선원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 충남 보령 장고도리 주민들이 인근 해안에서 걷어올린 타르 덩어리들.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  
 
삼성예인선측 선장들 구속기소·삼성중공업도 기소…'중과실' '공모' 등은 판단안해

이밖에 유조선 측의 체탄 항해사(인도)는 주위 선박 주시의무를 소홀히하고, 뒤늦게 대응했으며, 차울라 O 선장(인도)은 충돌위험 상황을 간과한채 예인선이 일정거리(280m)를 두고 통과할 것으로 섣불리 판단해 충돌위험 방지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어 "검찰의 미흡한 수사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피해배상과 복구비용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큰 혼란과 원망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과도한 재벌 눈치보기'를 규탄하며, 피해 주민, 서해 자원봉사 참여자 등과 함께 삼성 고발운동을 펼쳐 삼성의 중과실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검찰, 삼성 눈치보기…본사 개입여부 수사안해, 재조사 촉구"

환경운동연합 여명철 사무처장은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풍랑주의보 속에서도 항해를 강행한 것이나 운항 중 '대산해양청 관제센터'의 정선명령에 제때 응하지 않은 것 모두 삼성중공업 본사에서 관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본사의 지시여부에 대해 검찰이 일체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 처장은 "결국 기름유출 수사마저 검찰이 삼성 봐주기식 수사를 벌이고 말았다"며 "이 때문에 피해배상 뿐 아니라 복구, 환경복원을 청구할 길이 막혔다"고 평가했다.

여 처장은 "수조원의 피해복구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유조선측이 들어놓은 보험금 3000억원 이외의 비용에 대해서는 모두다 국가가 부담하게 생겼다"며 "사고는 삼성중공업이 내고 왜 국가가 배상해야 하느냐. 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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