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일부 주민들이 정부와 삼성중공업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은 삼성중공업이 이번 사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문제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자체를 안한다"며 "인간적으로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언론을 믿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17일 충남 보령 장고도리 인근 앞바다에서 수거한 타르 덩어리들.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  
 
보령시 장고도리 이장 "주민들 죽어갈 판에 언론은 너무 신중…삼성에 침묵"

편 이장은 "보도만 보면, 마치 삼성중공업은 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언론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히 기다려봐야 한다'고만 쓴다"며 "주민들은 다죽어갈 판에 너무나 신중하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게 씹어대고 싸우던 사람들이 정작 삼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침묵하고 있다. 자살 사건이 터져나오는데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편 이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삼성중공업이 가장 크다고 본다"며 "우리가 직접 삼성한테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하느냐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지자체와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편도진 이장과의 일문일답.

   
  ▲ 충남 보령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  
 
-현재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가.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있다. 정부에서 풀겠다고 했던 생계비도 아직 분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방재비만 1500억원 가량 들였다고 하는데 앞으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정부는 이 비용을 유조선측의 보험금에서 공제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여기에 긴급 구호 생계비로 나올 900억원도 보험금에서 공제된다고 한다.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측에서 들어놓은 보험회사의 보험금 총액 3000억원 중 거의 대부분이 이처럼 방재비, 생계비로 빠져나가면 우리에게 돌아올 배상금은 얼마안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맨손으로 바지락 캐던 사람들인데 보험회사에서는 생산자와 도매상, 소매상의 3년치 거래내역을 입증할 수 있는 일치된 영수증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름유출 피해가 큰 곳이 주로 태안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보령지역도 심각한가.
"우리는 기름 벼락을 맞았다. 무려 타르 1000톤을 수거했다. 수거하다못해 지금은 아예 방재작업을 하지 말자고 했을 정도이다. 피해보상은커녕 생계비 지원에 있어서도 태안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액수를 지원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정부나 삼성중공업 측에서 실태조사한번 오지 않았다. 보령의 피해 도서지역의 해안선이 우리가 집계하기로 172km에 달함에도 충남대책본부측이 보고한 것은 9km에 불과하다. 보령지역의 장고도, 삽시도, 호도, 녹도, 외연도 등 주요도서지역은 진입자체가 어려워 방재가 거의 되지 않았다. 이 지역엔 집체만한 타드덩어리가 아직도 허다하다."

-유조선을 들이받은 예인선측인 삼성중공업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있나.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욕밖에 안나온다. 유조선을 들이받은 게 예인선(삼성중공업)인데 최대한 삼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피해보상금 규모가 34억원 정도라고 한다. 예인선의 과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해도 예인선의 무게에 따라 보상금 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법이 그렇다해도 삼성중공업이 도의적, 인도적으로 위로금이라도 내놔야하는 것 아니냐. 자신의 예인선이 유조선을 치여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 삼성은 지금 현장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사태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피해지역을 돌아보고 위로하기는커녕 자원봉사에 끼어들어와서 현장을 둘러보고 간다고 한다."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삼성중공업이 가장 크다고 본다. 사건 당일(지난해 12월7일)에는 풍랑주의보가 발령됐음에도 그냥 선박도 아닌 예인선이 출항했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출항 후 4시간 뒤 철수하다가 들이받은 것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경위야 어떻든 삼성중공업이 책임을 지는 게 옳다. 문제는 우리가 직접 삼성한테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하느냐이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지자체와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 본업으로 돌아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충남 보령 장고도리 주민들이 해안에까지 들어온 기름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  
 
-언론이 사태에 대해 초기부터 제대로 보도했다고 보는가.
"처음부터 잘못 보도했다. 정부가 6개 시군에 재난지역을 발동했는데 왜 특정지역(태안)의 이름으로 사건명을 박고 내보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태안 기름유출'이 아니라 '서해안 기름유출'이 맞다. 심지어 전남무안 신안 지역까지 간 상황이 아니냐. 우리 보령지역의 경우 피해 상황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 충남 보령 장고도리 주민들이 해안에까지 들어온 기름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장고도리 편도진 이장  
 
-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이 이번 사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문제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자체를 하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언론을 믿지 않게 됐다. 언론이 삼성 광고 눈치보고 길들여지고 있다고 하지 않느냐. 배상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도 언론에 나오지 않았다. 보도만 보면, 마치 삼성중공업은 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언론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히 기다려봐야 한다'고만 보도한다. 주민들은 다죽어갈 판에 너무나 신중하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게 씹어대고 싸우던 사람들이 정작 삼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침묵하고 있다. 자살 사건이 터져나오는데 언론도 책임이 있다."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야 한다고 보나.
"사건과 책임소재에 대해 사실이 어떻게 된 건지 의문점을 파고들어서 밝혀내야 한다. 언론이 이렇게 가해자에 대해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 새삼 삼성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