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한 광고중단이 장기화하자 언론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인 규탄과 대응에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등 언론 시민단체 대표들은 16일 삼성 본관 앞에서 ‘광고탄압으로 비판언론 길들이는 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삼성의 한겨레ㆍ경향 광고통제는 자본력을 앞세운 재벌권력의 유치하면서도 저열한 ‘사적보복’”이라며 “‘우리의 대표브랜드’를 내세우며 글로벌기업을 지향한다는 삼성이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책임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오로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벌이고 있는 지금의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민언련, 언론연대, 언론노조, 참여연대는 공동으로 16일 서울 삼성본관 앞에서 <'광고탄압'으로 비판언론 길들이는 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대한 광고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ㆍ민언련ㆍ참여연대 “삼성 광고탄압, 저열한 ‘사적 보복’”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단체 회원과 조합원의 뜻을 모아 한겨레와 경향에 릴레이 의견광고를 게재하고 구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ARS 후원 인터넷 후원활동도 추진할 것을 강구하고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이 비자금을 덮기 위해 얼마나 저급한 짓을 하고 있는지 국민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반성은커명 언론을 광고로 탄압하려 한다. 우리가 똑바로 알고 용기를 내어 폭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대 언론연대 기획실장은 “우리가 80년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며 “인수위의 언론통제, 삼성의 광고탄압은 이미 청산돼야 하는 행태이지만 오히려 현재 진행중”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삼성은 느긋한 자세로 국민의 저항을 지켜봐선 안될 것”이라며 “삼성이 국민의 고혈을 빠는 방식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하는 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자기 잘못을 낱낱이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삼성불법규명국민운동 간사는 “삼성이 비판언론에 광고탄압을 하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에 당하는 걸 보며 다른 언론 제대로 기사쓸 수 있겠나”

이들 단체는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말부터 삼성 광고가 끊겼고, 지난 10일엔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진료 개시’ 광고조차 유독 한겨레 경향만 실리지 않았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프린터, 노트북, 핸드폰, TV 등 주요 가전브랜드 광고를 조중동에 보란듯이 넉넉하게 집행하면서도 한겨레와 경향은 철저히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룹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해온 일련의 과정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음에도 삼성 이건희 일가 등 경영진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에 대한 비판 또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판 언론 탄압’이라는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온갖 불법과 부정부패로 점철된 재벌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고민하는 매체라면 누구나 나서야 하는 일인데 어떻게 ‘보복’을 당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한겨레와 경향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언론들이 앞으로 삼성에다 대고 할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삼성은 지금 당장 한겨레와 경향에 대한 광고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경향 릴레이 의견광고, 구독운동 펼칠 것”

민언련 김서중 대표는 “삼성이 한겨레와 경향에 광고를 많이 주라는 게 아니라 제품 홍보나 마케팅을 하는데 필요하다면 정상적으로 광고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삼성 본관 앞에는 같은 시각 예정됐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의 대국민 사과와 책임배상 요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삼성광고탄압 회견에 이어 잇따라 열리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공동대표 박영숙)는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어머나, 삼성 이러시면 안돼요’라는 제목으로 삼성의 보상책임 등을 요구하는 캠페인과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성환경연대는 “지금 삼성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어민들에게 법대로 하라며 버티고 있다”며 “삼성이 책임과 과실을 인정하고 주민에 대해 완전한 보상과 무한책임을 지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 “삼성중공업 기름유출 피해보상해야” 기자회견 잇따라 열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령시 관광협회장은 “지금 보령시 주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배상과 방재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즉각 피해보상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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