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과 삼성그룹 본관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와 관련, 경제지들의 반응은 주목할 만하다. 일부 경제지들은 아예 삼성 2중대를 자처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1면 <삼성 "하필 외국 투자자 몰린 날에">에서 하필이면 삼성전자 실적을 발표하는 날 압수 수색을 벌였다며 특검을 타박했다. 한국경제는 "압수수색으로 인해 이날 실적 발표 효과가 반감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검 수사로 경영계획을 정하지 못하자 해외 투자자들이 상당한 실망감을 드러냈고 이러다 한순간에 투자자들이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주우식 부사장의 말을 전했다.

압수 수색을 외국인 투자자들 눈치 봐가면서 하라는 말일까. 투자자들이 한순간에 떠나는 것은 특검 때문일까, 삼성의 비리 때문일까. 한국경제는 대외 신인도 하락의 책임을 특검 탓으로 돌린다. 한국경제는 2면 <재계 "대외 신인도 하락 걱정">에서 익명의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런 날을 골라 압수 수색한 특검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 한국경제 1월16일 1면.  
 
한국경제는 또 이만우 고려대 교수의 말을 인용, "특검의 광범위한 압수 수색으로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의 경영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마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말일까.

   
  ▲ 파이낸셜뉴스 1월16일 14면.  
 
파이낸셜뉴스 14면 <"삼성이 위축되면 경제 전 분야 흔들려">는 좀 더 노골적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삼성 특검이 모처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늘리고 공격적인 경영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그룹들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도대체 삼성 특검과 다른 그룹들 투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파이낸셜뉴스의 주장은 최소한의 설득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 조선일보 1월16일 8면.  
 
조선일보도 8면 <하필이면 매출 1천억달러 실적 발표 잔칫날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문의했지만 경영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주우식 부사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이 경영 계획을 확정지을 수 있도록 특검을 중단하라는 말일까.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조선일보는 정확히 지적하지 않았다.

보수·경제지들은 매출 1천억달러를 부각시켰지만 사실 삼성의 지난해 실적은 잔칫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본사 기준으로 매출 17조4천억원, 영업이익 1조7천억원, 순이익 2조2천억원을 올렸다. 연간 영업이익은 5조9천억원으로 2004년 12조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2005년과 2006년 영업이익은 각각 8조원과 6조9천억원이었다.

보수·경제지들은 "이건희=삼성=국민경제"라는 등식을 내세워 특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 차질이 국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논리에서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장은 칼럼 <삼성 특검이 못보고 있는 것>에서 "잘못한 재벌을 벌주려다 국민이 다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부장은 "삼성 특검이 삼성 비자금에 대한 제보를 받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에 카페를 만든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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