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0여개 언어로 실시간 지식을 키워나가는 위키피디아 중 한국어로 된 ‘한국어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가 지난 4일 5만 단어를 돌파했다. 아직 영어(100만)나 일본어(30만) 위키백과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백과사전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이 기록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백과사전은 고정불변의 진리 그 자체였다. 물리적으로, 내용적으로 한번 고정된 지식은 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위키피디아’가 출연하기 전 이야기다. 웹 기반의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통해 세계 어디서 누구든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수정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충하고, 없는 단어는 새로 등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한국어 위키백과의 열성적인 사용자들이 지난 5일 부산에서 모임을 가졌다.  
 
위키백과의 성공은 전적으로 자발적인 참여자의 노력에 힘입었다. 위키백과를 따로 관리하는 회사나 인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알음알음 알고 참여한 사람들로 운영돼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한 달에 100건 이상 편집을 했다는 60여명이, 또 ‘오로지 위키백과가 좋아 아무런 대가없이’ 밤이고 낮이고 문서 훼손을 감시한 8명의 관리자가 공로자들이다. 관리자 중 한 명인 정안영민(28)씨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들이 모아져 여러 사람의 검증을 통해서 성장해나가는 데 위키백과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출처가 불확실하거나, 수정이 거의 불가능해 잡다한 정보가 많은 포털 사이트의 오픈백과사전 등과 달리 위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기존 문서를 쉽게 고칠 수 있고, 제대로 된 편집인지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고, 글을 쓴 사람과 직접 대화도 할 수 있어 검증된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증은 위키백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항목에서 피해자인 권인숙씨의 실명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와 권씨에게 연락해 실명을 표시해도 좋다는 답변을 얻은 것이나 ‘탈레반 한국인 납치 사건’으로 숨진 배형규 목사의 한자 표기에 의문이 제기돼 장례위원회와 통화해 바로 잡은 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누구든지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은 때로 악용되기도 한다. 특히 특정 기관이나 정치인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고치려는 시도는 국내외적으로 꽤 있다고 한다. 당장 대선에서 한나라당 쪽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가 나오자 임의로 여러 번 삭제했다가 들통난 일도 있었다.

영어 위키백과는 연구자나 기자의 참고자료로 활용되지만 한국어 위키백과는 위키백과가 ‘웹2.0’의 대표 주자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아직 활용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콘텐츠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철도나 지하철 관련 문서나 군사관련, 친일파 관련 문서들은 다른 사이트와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위키백과가 표방한 객관과 중립적 지식의 한계점도 제기된다. A국가의 영웅이 B국가에게는 침략자가 될 수 있듯이 완벽한 중립과 객관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집단지성과 토론의 과정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항상 옳은 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계속된 토론과 이를 통한 수정은 잘못을 검증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오류보다 집단이 참여함으로써 생기는 오류가 적을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