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그룹 메로사의 김명박 팀장(40)은 낙동강운하 대구내항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은 메로의 주력 생산품인 의료용 로봇메디뷰2를 내항에서 2천대 선적하는 날이다.…김 팀장은 주말이면 낙동강운하를 이용해 상주와 문경 등 경북 북부지역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서울보다 훨씬 쾌적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영남일보가 2008년 새해 첫날 1월 1일자 신문 6면에 내놓은 '2008 신년특집' 글이다. <대통령 당선자 공약으로 본 대구.경북 2013년 미래상>이라는 이름으로, '김명박'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낙동강운하가 뚫린 2012년을 가상했다. 이 신년특집의 큰 제목은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시원한 낙동강운하로 가지!">였다.

   
  ▲ 영남일보 1월1일자 6면.  
 
이 기획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구발전 공약으로 내건 10여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거나 일부 사업이 완성될 경우"라고 기사 첫줄에 단서를 달았지만, ▶낙동강운하 ▶낙동강운하 건설에 따른 내륙상 설치 ▶K2공군기지 이전 ▶대구-첨단과학기술 메카 ▶경북-환공해경제권 선도도시를 비롯한 전망은 '기사'라기 보다 '공약 청사진'에 가깝다. 공약의 타당성이나 이행 가능성, 논란과 쟁점 없이 '완성될 경우'를 펼쳐놨다.

운하청도 대구에?…청사진과 기대뿐인 '낙동강 대운하'

특히, 영남일보의 '대운하' 기획은 모든 검증과 논란을 배제한 '띄우기' 수준이다.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다음 날 12월 20일, 영남일보는 2면에 <"낙동강 따라 대구경북 새로운 물류동맥 뚫린다" / 한반도 대운하시대 현실로>라는 제목으로 "한반도 대운하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전한데 이어, 9면에는 <한반도 대운하와 낙동강>10회 기획을 시작했다. 영남일보는 이날 <경부운하 어떻게 추진되나>를 시작으로, 21일에는 <낙동강 물길에 희망이 뜬다><대구경북, '물류+관광' 가장 큰 혜택>, 26일에는 <지리.경제적으로 한복판에 선 대구 / 대구, 최대 수혜..내륙도시가 내륙항으로 부상>이란 제목으로 3번째 기획을 내보냈다.

특히, 26일 기획에서는 '대운하 대구터미널 조감도'와 함께 "운하청도 기왕이면 대구에"라는 글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대운하에 대한 청사진과 기대 만 있을 뿐 논란과 비판은 없었다.

매일신문도 '대운하'를 크게 다뤘다. 매일신문은 1월 2일 1면에 <대구경북 경제 재도약의 젖줄 '낙동.금호강시대' / 새해를 원년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낙동강 대운하 내륙항을 거점으로 한 첨단제조업과 물류.."라며 대운하를 전제로 한 청사진을 보이는 한편, "동남권신공항, 한반도 대운하, 국가산업단지는 이명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해 실현 가능성을 의심치 않는다"는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의 말을 실었다.

   
  ▲ 매일신문 1월2일자 3면.  
 
이어, 3면(종합)에는 <달성, 낙동강 대운하 내륙항 / 첨단 제조업.물류 거점으로>라는 제목으로 고령교 밑 낙동강 사진을 크게 싣고, <2012-2020년 달라지는 대구.경북 경제산업지도>를 전망했다. 특히, "낙동강 대운하의 수혜지역은 단연 대구다. 부두, 여객 및 화물터미널, 내항 배후컨테이너 집접장 등과 같은 수상물류 인프라를 갖춘 내륙항이 달성군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를 보였다. 또, 9면(경제)에는 <대운하-경제자유구역 / 경북 내륙도시 함께 뜬다>는 제목으로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경북지역에는 여객 12개소, 화물 3개소 등 15개소의 터미널이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1998년, 타당성 낮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대운하'

이에 앞서, 매일신문은 2008년 1월 1일자 신문 13면에 <베이징-항저우 1794km 중국 내륙 물길로 꿰뚫다>는 제목으로 '한반도 대운하 해외에서 배운다' 시리즈를 내보내며, 첫 순서로 <황금 수로의 재현 - 中 '징항운하'>를 소개했다. 매일신문은 "경부운하가 관통하는 대구경북에서도 각 지자체마다 태스크포스팀을 발족시키는 등 실질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이 크지만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경제성, 환경파괴 우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며 "해외 사례 등을 중심으로 운하 개발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매일신문은 또, 13면에 <운하 교통 우리나라에서는 / 1996년 박정희 대통령 첫 운하 시대 대비 지시>라는 별도의 박스 기사를 싣고, "1996년 세종연구소가 '한강-낙동강 운하 가능성과 내륙수운체계의 필요성'이란 연구보고서를 내면서 다시 구체화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1998년 국토개발연구원이 타당성이 낮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공약에 불과…경제성.환경성 따진 뒤 띄워도 늦지 않다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은 '대운하'를 기정사실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180여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2일 "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기보다 국민 여론 수렴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한반도 대운하건설에 대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과 시민단체들도 대운하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아직까지 '대운하'는 경제성과 환경성이 검증되지 않은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에 불과하다.

대운하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여러 문제에 대해 짚고 공론화 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 또,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와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일방적인 추진 계획을 언론이 확정된 것처럼 앞서가거나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문제 있다. 적어도 독자와 국민들이 대운하에 대해 판단할 근거와 여지는 있어야 한다.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성을 충분히 따져본 뒤 대운하를 띄워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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