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실이 좁은 공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자리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건물 2층에 마련된 기자실은 183석 규모의 브리핑실과 64석 규모의 기사 송고실로 나뉘어 있다. 인수위에 대한 언론사의 취재 경쟁을 보여주듯 기자들도 대거 상주해 있다. 현재까지 등록한 취재기자만 300∼400여 명에 달한다. 

취재기자는 300∼400명인데 좌석은 250여석

브리핑실은 2일에도 빈 좌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통로가 좁아 여기저기 서로 부딪치고 사과하는 모습이 반복되는가하면 자리를 잡지 못한 '메뚜기' 기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빈 좌석을 찾아 헤매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공식 브리핑 후 이어지는 '백(back)브리핑'(기자들과 비공식적인 질의응답)도 좁은 공간에 많은 기자들이 뒤엉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 비좁은 인수위 브리핑룸.     ⓒ이치열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경제지 한 기자는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보니 열악하다"며 "통로가 좁고 옆자리도 모두 들여다보여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한 일간지 기자는 "브리핑실이 통로가 좁고 답답해 아예 송고실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인수위 쪽은 브리핑실 이외에도 랜선과 브리핑 중계 모니터를 설치한 기사송고실 공간(64석)도 따로 마련하면서 공간 확보를 위한 대책을 강구했으나 이 곳도 기자들로 넘쳐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 장비 고장으로 브리핑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정좌석제… 인터넷 기자들은 '메뚜기'?

애초 자유 좌석으로 운영되던 브리핑실이 지정좌석제로 운영되면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인수위 대변인 행정실은 구랍 29일께 브리핑실을 정비하면서 언론사별 지정 좌석제로 운용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매체들에 대해서는 뭉뚱그려 최소 좌석만 배정해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브리핑실에는 YTN, MBC, SBS, KBS, CBS 등 방송사 각 6석, MBN 5석, PBC, BBS 각 3석,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문화일보, 내일신문 등 전국단위 종합 일간지 각 6석, 연합뉴스 12석, 뉴시스 4석, 서울경제,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각 6석, 헤럴드경제 5석, 머니투데이 4석,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 3석으로 좌석마다 언론사명이 써 붙어 있다. 여기에 지방지는 따로 15석이 배정됐고, 인터넷 매체 대해서는 <인터넷 기자>라는 이름으로 12석이 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매체 기자들은 일찍 와서 먼저 자리를 잡거나 자리를 잡지 못하면 빈 자리를 찾아 헤매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그나마 있는 인터넷 기자석도 좌석을 배정 받지 못한 여타 방송사나 신문사 기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일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만난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아침 8시에 나왔는데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인터넷 매체 기자들은 무조건 일찍 와서 알아서 자리를 맡으라는 건지…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인수위 행정실 "자리 좁아 추가 배정은 불가능"

인수위 대변인 행정실 관계자는 "최대한 언론사별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자리 배정을 했다"며 "(인터넷 기자석과 관련해서는) 공간 자체가 좁기 때문에 추가로 늘인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자리 배정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인수위 기자실이 한나라당 기자실 운영 때 갖고 있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기자는 "당사 기자실에도 인터넷 매체에는 4석 밖에 배정이 되지 않는 등 중앙지 중심으로 취재지원이 이루어져 왔다"며 "인터넷 매체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지만 최소한 취재 여건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인수위 부대변인은 "인수위 등록기자만 300∼400여 명에 달하고 현재에도 계속해서 취재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간 자체에 한계가 있어 모두를 수용하긴 어렵지만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인수위가 들어선 삼청동 금융연수원 입구에는 매일 아침 승용차들이 줄지어 늘어서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연수원 앞마당에 한정된 주차 공간 때문이다. 주차장 사용과 관련해서 박 부대변인은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공간이 협소해 죄송하다"며 "오늘부터 기자들에게는 5대로 한정해 허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또 기자실 가지고 문제 확대"?

한편 기자실 운용 방침과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인수위 행정실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은 또 기자실 갖고서 문제를 확대해 기사를 만들겠다는 거냐"며 (등록기자 수에 대해) "그런 것 셀 시간 없다", "세 보지 않았다", "추산하기 싫다"며 무성의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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