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일언론인 세미나에서는 일본신문노련이 지난 2월1일 채택한 ‘신문인 양심선언’이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신문인양심선언은 전문과 기본자세에 이어 권력·압력으로부터의 독립, 시민의 책임, 비판정신, 공정한 취재, 공사구별, 범죄보도, 프라이버시 표현, 정보공개, 기자클럽, 보도와 영업의 분리등 10개 항목으로 돼있다. 신문인 양심선언 전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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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이 일찌기 없었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대자본의 미디어 관련 산업 진출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랜 역사 속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온 신문 매체가 처한 오늘날의 현상을, 신문에 몸담고 있는 우리 신문인은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면의 내용, 기자의 윤리 등이 속속 비판받고 시민의 신뢰를 잃고 독자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다가 전쟁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딛고 개선의 노력을 해왔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우리들은 시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은 신문이 권력이나 대자본의 개입을 초래하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무엇보다 염려하고 있다. 신문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다시금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늘 시민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반성하고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들은 스스로의 행동지침이 될 윤리강령을 작성한다. 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직업인 신문종사자의 윤리는 사회의 최고수준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윤리강령을 ‘신문인의 양심’으로서 선언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 기본자세 신문인의 양심에 입각하여 진실을 보도한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보도의 자유는 시민의 알권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고 그 목적은 평화와 민주주의의 확립, 공정한 사회의 실현, 인권의 옹호, 지구환경의 보존 등 인류 공통의 과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① 시민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②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시민에 대하여 늘 열린 자세를 견지한다.
③ 충분히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는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보도하지 않는다.
④ 언론·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함과 아울러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고 기사의 상호비판도 수행한다.

1. 권력·압력으로부터의 독립 신문인은 정부나 자치단체 등의 공적 기관, 대자본 등의 권력을 감시하고, 또 그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어떠한 간섭도 거부한다. 권력 유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행위는 하지 아니한다.

① 공적기관이나 대자본으로부터 이익 공여나 접대를 받지 아니한다.
② 공적 기관의 심의회, 조사회 등 자문기관에 참가하지 아니한다.
③ 정보원(源)을 밝히지 않기를 약속한 경우에는 그 의무를 진다.
④ 취재활동 중에 수집한 정보를 권력에 제공하지 아니한다.
⑤ 정치가 등 공인의 ‘비보도 전제’(off-the-record) 발언은 시민의 알 권리가 손상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인정하지 않는다.
⑥ 양심에 반하는 취재·보도의 지시를 받을 때에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2. 시민에 대한 책임 신문인은 시민에 대해 성실해야 한다. 기사의 최종책임은 그것을 게재하고 배포한 신문사에 있지만 기자에게도 무거운 도의적 책임이 있다.

① 기사는 기명을 원칙으로 한다.
② 공공의 이익에 반해 특정 단체나 당파를 위해 여론을 오도하는 보도는 하지 않는다.
③ 정보원은 취재원과의 비밀 보장 약속이 없는 한 기사 가운데 명시한다.
④ 기사에 대한 비판과 반론에는 늘 겸허히 경청하고 근거있는 반론은 지면에 게재한다.
⑤ 오보는 신속히 정정하고, 게재 당시의 기사에 상응한 취급을 한다.
⑥ 오보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에 지면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오보에 이르게 된 검증 기사를 게재하고 재발 방지책을 명시한다.

3. 비판정신 신문인은 건전하고 왕성한 비판 정신을 지닌다.

① 비판은 모든 사안에 해당되며, 황실도 예외는 아니다.
② 비판의 목적은 시민의 이익을 지키는 데 있으며, 시민의 이익을 훼손하는 비방이나 중상에 흐르지 않는다.

4. 공정한 취재 신문인은 공정한 취재를 한다.

① 사기적인 방법으로 취재하지 않는다.
② 타인의 저작물이나 기사를 도용하거나 취지를 바꿔 인용하지 않는다.

5. 공사의 구분 신문인은 회사나 개인의 이익을 진실 보도보다 앞세우지 아니한다.

① 회사에 불리한 것이라도 시민에게 알려야 할 진실은 보도한다.
② 업무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하지 않는다.
③ 취재원으로부터 금품 등의 이익을 받지 않는다.

6. 범죄보도 신문인은 피해자·피의자의 인권에 유의하고 수사당국의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보도하는가, 피해자·피의자의 이름을 적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양식과 책임을 갖고 판단하되, 보도에 따른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① 획일적 의식을 배제하고 선정주의(sensationalism)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② 피의자에 관한 보도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신중을 기한다. 피의자 측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인다.
③ 피해자·피의자의 가족과 주변 인물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취재한다.
④ 피해자의 얼굴 사진, 피해자의 연행 사진, 얼굴 사진은 게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7. 프라이버시·표현 신문인은 취재 대상자의 권리·프라이버시를 존중하되, 공인의 경우에는 시민의 알권리를 우선시한다.

① 인격, 폭력, 성적(性的) 사안에 관해서는 적절한 표현에 노력한다.
② 보도주제와 직접 관련없는 신상을 기술함으로써 차별이나 편견을 불러일으키거나 모욕을 주지 않도록 한다.
③ 사인(私人)의 초상권을 존중하고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하거나 게재하지 않도록 한다.
④ 사건·사고, 자살 등에 대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유족이나 관계자를 배려하고 신중히 취재·보도한다.

8. 정보공개 신문인은 시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기 위해 공적 기관의 정보 공개를 위해 노력을 다한다.

9. 기자단 신문인은 폐쇄적인 기자단의 개혁을 추진한다.

① 모든 매체의 기자는 기자단에 가입할 수 있다.
② 기자단에 제공되는 정보는 취재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기자단 구성원은 시민이 기자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
③ 기자단은 취재·보도에 관한 담합을 하지 않는다. 인명이 걸린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보도 협정을 맺지 아니한다.
④ 권력측으로부터의 엠바고는 시민의 알 권리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타당한 것 이외에는 수용하지 않는다.
⑤ 보도 기관의 목적, 역할을 벗어나는 서비스는 받지 않는다.

10. 보도와 영업의 분리 신문인은 영업활동상의 이해가 보도의 제약이 되지 않도록 보도와 영업을 분명히 분리한다.

① 기자는 영업 활동을 강요받지 않으며 취재·보도에 전념한다.
② 기사와 광고는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명확히 구별한다.


1997년 2월
일본신문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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