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포털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시민단체의 조사와 달리, 언론학계는 이와 다른 조사결과를 내놨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최민재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지난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대선 관련 포털뉴스 서비스 분석' 토론회(한국언론학회 주최·NHN 후원)에서 네이버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와 긍정적 기사를 고르게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네이버가 후보자의 입장을 반영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전면 배치해 친이명박 성향을 띠었다는 대선미디어연대의 모니터 결과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연구진은 11월19일부터 12월9일까지 3주간 오전 8시, 오후1시, 오후6시 하루 세 차례 5시간 간격으로 네이버(1365건), 다음(1133건), 야후코리아(988건), 네이트(378건) 등 모두 4개 포털의 뉴스박스와 대선페이지에 게시된 4575건의 기사를 조사했고, 이와 함께 조선일보(375건), 한겨레(336건) 등 2개 신문에 게재된 기사 711건을 분석했다.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최민재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대선 관련 포털뉴스 서비스 분석' 토론회(한국언론학회 주최·NHN 후원)에서 네이버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와 긍정적 기사를 고르게 배치했다고 밝혔다. ⓒ방송기술저널 한효진 기자  
 
전체적으로 스트레이트가 53.2%로 가장 많았고, 해설(35.8%) 기획(5.5%) 순인 가운데, 네이버는 해설(45.2%)이 가장 많았고, 두 번째로 많은 것이 스트레이트(40.1%)였던 반면, 다음 네이트 야후는 스트레이트가 가장 많았고(각각 65.8%, 56.1%, 61.8%), 그 다음이 해설(각각 24.4%, 37,8%, 35.3%)이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도 스트레이트(각각 46.9%, 42.3%)가 가장 많았고, 해설(33.1%, 37.8%)은 그보다 적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사에서는 조선일보가 긍정적 기사 비율이 44.2%로 높았던 반면 한겨레의 경우 부정적 기사 비율이 60.5%로 높게 나타났다. 포털의 경우 네이버와 야후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비율이 47.7%, 48.2%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과 네이트는 긍정적 기사와 부정적 기사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최 박사는 "공정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보면 네이버가 뉴스박스에 대선뉴스를 게재하지 않는 것이 네티즌에게 정치 무관심을 초래하게 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고, 대선페이지에서 특정 기사를 부각시키지 않은 것은 특정 기사에 중요도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서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네이트의 경우 특정 기사를 장시간 노출시킨 것은 다수 기사에 대한 노출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이고, 야후가 뉴스박스와 대선페이지의 기사 중복이 많은 것도 특정 기사의 노출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며 "1순위 기사에 대한 해석의 문제는 남지만 포털 대선관련 뉴스 편집은 공정성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포털은 의제노출에서 현저성과 선차성이 있고, 상호작용성과 정보성에서 긍정적인만큼 대선뉴스 편집에서 속보성과 흥미 위주의 기사배치를 지양하고 네티즌이 선거에 무관심해지지 않도록 선거기사를 잘 노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상호작용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뉴스박스에서 기사노출 여부, 대선페이지 구성, 댓글처리, 기사배치, 기사노출 등을 이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박사는 "신문과 방송의 경우 지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적 평가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고, 이런 평가를 기반으로 뉴스보도 방식이 개선되는데, 포털은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기가 어려워 소모적 논쟁만 발생할 뿐"이라며 "사회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공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동준 대선미디어연대 모니터본부장은 "대선미디어연대가 특정 시간대에 뉴스를 분석해 '네이버가 이명박 후보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발표하자 네이버는 특정 시간을 찍어 조사하는 것은 포털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며 "이번 조사는 대선미디어연대 모니터 결과와 상반된 내용이지만 방법론적으로 우리가 받았던 비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포털에 맞는 모니터 및 분석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편집 실패한 것, 공정성 개념 달리 해야"

네이버의 편집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공정성을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임종수 세종대 교수는 "네이버의 대선정책은 기계적인 정당별 편집으로 접근성을 약화시키고, 참여를 막는 등 포털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실현하지 못해 실패했다"며 "후보자 블로그 내세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홍보성이고 참여와 공유 전략을 최대화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네이버의 대선 편집은 예전 편집이 잘못됐다고 자인한 것이고, 스스로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다"며 "포털은 참여적 공론장으로 포털의 공정성은 다양성과 참여성이지 기계적 중립성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는 "기존 신문이 정치적 편향이 있는 상황에서 포털이 기존 미디어와 전혀 다른 경향을 보이지 않기란 어렵고, 포털은 기업의 편향성보다 우리 사회의 편향성과 기존 미디어의 편향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포털의 불공정성이 아니라 산업적 영역에서 포털의 영향력 확대가 아닌가 싶다"며 "포털의 뉴스 게재 방식이 다 다른데, 공정성은 이런 다양성을 보장하고 절차를 합리화하는 것이지 아슬아슬하게 균형성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인터넷부장은 "서귀포 도시락 사건이나 독도문제를 봤을 때 포털은 네티즌사이에서 이슈가 된 문제를 과감하게 쟁점화해 기존 언론이 이를 받고, 포털이 이를 다시 받으며 이슈가 확산됐는데 이번에는 그런 역할은 없고 포털은 기존 언론이 한 것을 뒤따라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그간 너무 많은 비난을 받아 움츠러들어 공정성보다는 포털 저널리즘 방향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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