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실제 득표율과 거의 유사한 결과를 내놓았던 지상파방송사들의 대선 출구조사가 올해 17대 대선에서는 실제 결과와 상당히 빗나간 예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출구조사 예측과 달리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다. 반면 휴대전화 예측조사를 실시한 보도전문채널 YTN이 이 당선자의 득표율에 가장 근접한 수치를 맞힌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들은 19일 오후 6시 대선 투표 마감과 동시에 일제히 출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동조사를 한 KBS(미디어리서치)와 MBC(코리아리서치)는 이명박 당선자가 50.3%,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6.0%,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3.5%,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6.1%,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2.9%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SBS(TNS코리아)는 단독 출구조사 결과 이명박 당선자 51.3%, 정동영 후보 25.0%, 이회창 후보 13.8%, 문국현 후보 5.8%, 권영길 후보 3.0% 순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지상파방송 3사는 모두 이 당선자가 총 투표수의 절반을 넘는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CBS(리얼미터)와 한국갤럽도 예측조사에서 이 당선자가 과반을 득표할 것으로 내다봤다(CBS 52.8%, 한국갤럽 51.3%).

그러나 개표 완료 후 집계된 후보별 실제 득표율은 이명박 당선자 48.7%, 정동영 후보 26.1%, 이회창 후보 15.1%, 문국현 후보 5.8%, 권영길 후보 3.0%였다. 이 당선자가 5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대신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이 15%를 넘겼다. 선거비용 공영제에 따라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는다.

이같이 이명박 당선자의 실제 득표율 결과가 예측치를 다소 크게 하회한 것은 상대적으로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이 15%를 상회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은 이회창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13% 안팎일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명박 당선자의 절반 미만 득표를 예상한 곳은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YTN(한국리서치)뿐이었다. YTN은 휴대전화 예측조사에서 이 당선자 49.0%, 정동영 후보 25.3%, 이회창 후보 12.7%, 문국현 후보 8.0%, 권영길 후보 3.6%로 집계했다. 이 당선자의 득표율과의 오차는 +0.3%포인트다. KBS·MBC가 +1.6%포인트, SBS가 +2.6%포인트 차이를 보인 것에 견줘 가장 가까운 수치다. 또 1·2위간 격차(실제 22.6%포인트)도 YTN이 가장 근사하게 예측했다(KBS·MBC 24.3%, SBS 26.3%, YTN 23.7%).

이 당선자와 달리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은 각 방송사들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KBS·MBC가 -0.1%포인트 차이로 가장 근접했고, YTN이 -0.8%포인트, SBS가 -1.1%포인트 오차를 기록했다. 3위권 밖의 문국현 후보나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은 SBS가 오차 없이 맞혔고, KBS·MBC도 상당히 근사하게 예측했다(문 후보 +0.3%포인트, 권 후보 -0.1%포인트). 반면 YTN 예측치의 오차가 다소 컸다(문 후보 +2.2%포인트, 권 후보 +0.6%포인트).

종합해 보면, 각 방송사의 예상 수치는 전반적으로 이명박 당선자가 고평가, 이회창 후보가 저평가된 경향이 있었고 이는 YTN도 마찬가지였지만, YTN 조사결과가 상대적으로 이회창 후보의 저평가를 문국현 후보나 권영길 후보의 고평가로 상쇄한 덕에 이 당선자의 득표율 예측치가 비교적 정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KBS와 MBC는 전국 253개 투표소에서 약 7만4000명의 투표자를, SBS는 233개 투표소에서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했고, 오차범위는 각각 ±1.0%포인트(KBS·MBC), ±2.0%포인트(SBS)였다. 특히 유권자들의 솔직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대면조사 방식 대신 투표자가 질문지에 응답을 적어 투표함에 넣은 밸럿(Ballot)조사 방식을 적용했다. 이에 비해 YTN은 사전에 약속한 5443명을 대상으로 투표 당일 휴대전화를 걸어 지지후보를 확인하는 변형된 출구조사 방법을 택했다. 비용이 기존 출구조사 비용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오차범위는 ±1.3%포인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지상파방송 3사는 실제 득표율에 거의 근접한 출구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미디어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한 KBS는 득표율 오차(노무현 후보 +0.2%포인트, 이회창 후보 +0.2%포인트)를 실제 득표율에 가장 가까이 예측했고, 1·2위 후보간 득표율 격차는 정확하게 맞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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