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의 조직 안에 포섭된 사람들과 거기서 주변화된 사람들 사이의 모순이야말로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정규직화된, 중심에 포섭된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역사를 상기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효과가 있든 없든 그것만이 사람들의 양심에 대한 거의 유일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서경식).

"정말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이성적이 되어야 하고, '이상적'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력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지 못할 때에는 유토피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함부로 '그것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는 겁니다" (김상봉).

일본의 국민주의와 극우 내셔널리즘을 예리하게 비판해온 재일조선인 지식인 서경식과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서로주체성'의 김상봉이 만나 한국사회의 역사화 현실을 성찰하고 새로운 실천을 모색했다. 이 책은 지난 5월19일부터 8월15일까지의 아홉 차례에 걸친 그들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외부와 내부, 작가와 철학자의 시선으로 민족주의·탈민족주의·국민국가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를 고민하고, 형식적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새로운 과제들을 성찰한다. 또 5·18과 6·10 등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짚어나가면서 비정규직 문제, 통일 문제, 교육 문제 등 현실의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것을 20세기 세계사와 연결시키며 보편적 과제를 도출해낸다.

이 책 '만남'은 관습화된 대담의 형식과 수위를 과감하게 넘어서는 진솔하고도 진지한 본격 대담의 현장을 그대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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