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 'BBK, 그 진실은?'편이 한나라당 패널의 불참통보로 방송이 취소되면서 시청자 게시판에는 23일 오후 2시 현재 5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100분 토론>에 불참통보를 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한나라당이 불참해도 방송은 예정대로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박성제)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도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특히 MBC본부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에리카 김 인터뷰를 하고 난 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측근이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 MBC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  
 
장석운씨는 MBC <100분토론>게시판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의 볼 권리와 알 권리를 방송사 마음대로 중지시켜도 되는 거냐?"며 "신당의 대변인들만 나와서라도 100분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문동씨도 "'100분토론'은 분명 국민(시청자)과의 약속이었다"며 "버젓이 시청자와 약속을 해놓고 이런저런 말도 되지 않은 이유로 약속을 어기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명순씨는 "23일에 별도의 시간을 내서라도 '100분 토론방송'을 진행해야 하며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불참하면 다른 당의 사람들을 초청해서 일련의 사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광용씨는 "이렇게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데 국민과의 약속은 어떻게 지키냐"며 "앞으로 모든 토론에서 한나라당을 제외시켜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00분 토론팀 조동엽 부장은 "한나라당의 참석 없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방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불참에 대한 패널티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BBK 관련 토론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인데 <100분 토론>은 한 쪽 입장으로만 방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BBK 문제를 다룰 수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나라당이 MBC에 공식적으로 통보를 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또 다시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 하나?'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모든 대통령 후보는 유권자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정책과 자질에 대해 설명하고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며 "혹시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사실들이 하나하나씩 밝혀지자 지지율의 장막에 숨어 모든 검증을 거부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방송된 후 이 후보 캠프의 측근이 '집권하면 MBC를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과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성명은  "한나라당에 엄중 경고한다. 공영방송을 언제든 길들이고 협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즉각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언론노조도  '이명박 후보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합동 토론회를 번번히 무산시키는 것은 결국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 헌법 정신을 짓밟는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일체의 검증과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모든 비판을 차단하며 자신을 성역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또 다시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 하나?
한나라당의 토론 거부와 MBC에 대한 협박 발언을 규탄한다!

한나라당의 거부, [100분토론] 결방되다.
11월 22일 방송 예정이던 [100분토론]이 갑자기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날 100분 토론은 대선 정국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BBK 사건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최재천 대변인과 박영선 의원,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과 고승덕 클린정치위원의 출연은 이미 이틀 전 섭외가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토론 당일 오후 갑자기 한나라당 측이 일방적으로 출연 거부를 통보해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날 아침 방송된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에리카 김 씨를 인터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나경원 대변인은 “피의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영해 한나라당 후보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면서, “MBC에 법적 정치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억지다.
에리카 김 씨는 BBK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며, MBC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 날 방송에서 진행자는 분명히 “내일은 한나라당 쪽의 반론도 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전 날 나경원 대변인은 “에리카 김 인터뷰를 할 예정이니 반론 인터뷰를 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까지 했다. 이러던 한나라당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100분토론]뿐만 아니라 앞으로 BBK와 관련된 모든 TV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모든 대통령 후보는 유권자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정책과 자질에 대해 설명하고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 혹시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사실들이 하나하나씩 밝혀지자 지지율의 장막에 숨어 모든 검증을 거부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
한나라당은 이 날 MBC에 대한 협박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시선집중]이 방송된 직후인 22일 오전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은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힘이 있을 때 해야 하니 집권 초기에 추진하겠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제 한나라당의 의도가 명백해졌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과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군사 독재적 발상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한나라당은 지금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자, 초조한 나머지 이성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 엄중 경고한다. 공영방송을 언제든 길들이고 협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즉각 포기하라. MBC 노동자들은 언론 탄압과 독재적 발상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07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을 신(神)이라 생각하는가?
한나라당과 이후보는 당장 민주적 합동 토론회장에 나와 검증에 응하라

  지난 21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불교계가 주최한 합동 토론에 불참을 통보해 토론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일정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이후보측 해명이다.  하지만 토론회 주최 측 설명은 다르다.  이후보는 전날도 토론회에 참가하겠다고 했지만 합동 토론이 아닌 단독 토론 방식을 요구했다.  결국 이후보는 주최 측이 단독토론 방식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불참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22일 아침 MBC 라디오 <시선집중>이 BBK 사건과 관련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사실을 물고 늘어지며 법적 대응을 운운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언론이 심층 인터뷰를 한 것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의 독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제는 급기야 BBK 사건을 다루는 토론회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로 인해 BBK 사건의 진실을 밝혀보겠다던 MBC의 <100분 토론>은 불방되고 말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을 비롯한 시민 단체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명박 후보의 토론회 기피를 강하게 비판하며 참가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조문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선거 때 시행하는 토론회와 언론의 검증 보도는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판단을 돕는 매우 소중한 행위이다.  그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기본적 권리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무력화시키고 합동 토론회를 번번히 무산시키는 것은 결국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 헌법 정신을 짓밟는 것이다.

  공직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유권자의 투표가 검증의 최종적 통합 행위이라면 합동 토론과 주요 사안에 대한 언론의 검증 기능은 사전 절차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일체의 검증과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모든 비판을 차단하며 자신을 성역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지껏 국민들은 선거 때 국민을 하늘로 섬기겠다고 약속한 정치인들이 당선 이후 태도가 돌변할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그런 걱정마저 필요없다.  아예 대놓고 반민주적, 반민중적 속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행태를 보면 이 땅 민중들이 목숨과 바꿔 일궈낸 정치적 민주주의를 고스란히 헌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정녕 독재 정치를 꿈꾸는 것 아닌가?  자신을 성역처럼 비호하며 호위하는 홍위병에게 둘러싸인 채 그들만의 나라, 자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소수 기득권층만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언론노조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BBK 수사와 관련해 이명박 후보 연관설을 흘리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심이 한나라당에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그런 자신감으로 철저히 검증에 응하라.  만약 검증에 정치적 편향이 섞여 있다면 언론인들은 시청자와 독자로부터 돌팔매를 맞을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을 방임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다면 우리는 한나라당이 말하는 민란이 아닌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유,불리를 따져 토론회 참석 여부를 저울질할 때 참으로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비겁함을 넘어 오만방자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2007년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신을 신(神)이라 착각하는 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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