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련은 지난 7월 4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일본의 신문노련, 민방노련, 출판노련 관계자 26명을 초청해 제3회 한일언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한일언론의 선거보도 비교’와 ‘언론인 윤리강령과 실제’이다.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 ‘한일언론의 선거보도 비교’는 전북대 신방과 권혁남 교수, 릿쿄대 이가리시 아키오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KBS노조 정병준 정책실장, 마이니치신문 정치부 후쿠이 아키라 기자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언론인 윤리강령과 실제’는 외국어대 신방과 김정기 교수, 교토통신 하라 토시오 고문이 맡았고 한국일보 기획특집부 황영식 기자, 교토통신 오노 케이치로 기자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심포지엄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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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의 저널리즘과 윤리문제 / 하라 토시오·교토통신사 고문

○…경영자 윤리도 언론전체의 문제

윤리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저널리스트에 대한 비판은 두가지 측면에서 이뤄져 왔다. 하나는 저널리스트들이 그 시대와 사회의 현실에 대해 유효한 비판적 기능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데 대한 불만이고 다른 하나는 저널리스트 개개인의 비양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것이다. 저널리스트들이 정치 경제적 약자의 입장에 서지 않고 지배이데올로기의 편에 선다거나 또는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정보를 내부거래하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널리즘의 윤리를 언급할 때 이 두가지 측면 가운데 주로 저널리스트의 개인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많은데 저널리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측면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대 저널리즘의 윤리는 개인의 행동을 엄격하게 문제삼음과 동시에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포함한 저널리즘 전체의 윤리관을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 방송의 개별적 윤리 위반 사례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바로 기자클럽(기자단)을 주무대로 한 일상적 취재 보도활동의 윤리문제이다. 기자실 관리와 유지는 물론, 식대에 이르기까지 비용을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받음으로써 나타나는 취재원과의 밀착 현상이나 기자클럽의 특권의식이나 폐쇄성은 저널리스트 윤리에 위배된다.

취재원에 의한 여론조작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같은 밀착과 보도특권 위에서 그 실태를 경시하는 태도도 비판의 대상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은 저널리스트에 대한 전사회적인 기대가 담겨져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정의를 추구하며 사람들의 생활 향상에 저널리즘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이다.

최근의 언론 비판은 ‘해서는 안되는’ 형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저널리즘이 해야 할 것을 더욱 과감히 하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널리스트를 위축시키는 ‘수비의 윤리’가 아니라 ‘공격의 윤리’에 의한 적극적인 보도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새신문 윤리강령의 특성과 진실성 원칙 / 김정기·한국외국어대 신방과 교수

○…언론 무게중심 ‘진실규명’으로 이동

지난해 새로 선포된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은 우선 구(舊) 강령과 요강을 거의 전면적으로 개정, 보완했다. 외견상으로는 강령에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매체접근의 기회 제공을 신설한 것은 물론, 실천요강의 경우 규제조항을 28개 부문에서 63개 부문으로 확대했다. 그뿐 아니라 새강령은 원칙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구 강령이 언론 자유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뒀던 데 비해 새 신문윤리강령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의 실현을 전문에 새롭게 밝힘으로써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균형있게 강조하고 있다. 또한 새 강령은 사실 보도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해야 함을 요구하는 ‘진실성의 원칙’을 천명했다.

특히 ‘진실성의 원칙’은 과거 우리 언론이 당국의 일방적인 발표를 검증없이 그대로 입증된 사실 처럼 보도하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실천요강 3조에는 이 원칙의 구현을 위해 기사 출처와 내용의 정확한 확인과 함께 사회 정의의 공익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추적 보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과 진실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우선, 사실 보도가 객관적 현상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면 진실 보도는 숨겨진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문맥에 의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실 보도가 허위, 조작, 편파, 선전 등과 야합할 가능성이 높은 데 반해 진실 보도는 현상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준다는 점에서 뚜렷히 대별된다.

이처럼 새 강령이 진실성 원칙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우리 언론이 몇차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정통성 없는 정권이 제공하는 ‘발표’를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하여 진실을 왜곡해 온 행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새 강령 5조와 6조에 취재원이 제공한 보도자료는 사실의 검증을 거쳐 보도할 것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피의사실은 진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 역시 진실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지정토론

한국일보 황영식기자는 “한국 언론의 윤리 문제를 거론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바로 한국 언론의 역사청산 문제”라며 “각 언론사들이 과거 군사정권 시대 ‘제도 언론’의 과오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있으나 언론사 내부적으로 아무런 청산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황기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 청산의 미결은 언론의 윤리 의식 실종, 즉 진실보다는 사실 보도에 중점을 두게 되는 기현상과 함께 특정 정치세력과의 유착문제를 낳았다”며 “미래지향적 보도 윤리 정립은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정확한 반성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앞으로 한국 언론의 주요한 윤리적 문제는 자본의 힘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본측 지정토론자인 공동통신의 오노 케이치로기자는 “일본의 신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고 전제하고는 그 문제점을 권력에 대한 감시 후퇴와 독자수의 감소, 그리고 거대 자본의 신문기업 매수 현상으로 구분했다.

이와 관련해 오노 기자는 “기자클럽에 보내온 보도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태도는 일본 신문 제작의 실태를 드러내주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은 권력층이 미디어에 대한 규제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노 기자는 “거대 자본의 신문 매수현상은 저널리즘 기능의 실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같은 본 신문업계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신문노련은 지난 2월 신문인의 양심 선언이라는 윤리 강령을 채택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토론에서는 정보의 전자화와 정보공개제도의 보편화가 언론의 취재 보도활동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하라 토시오 교토통신고문은 정보의 전자화와 정보공개제도로 기자들은 앞으로 자유기고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과도 경쟁관계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등 제반 공공 정보를 컴퓨터통신등을 통해 기자들과 큰 차이없이 신속·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돼 시민들이 ‘특종’을 건지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라 고문은 만약 언론과 기자들이 기자클럽(기자실)등 지금과 같은 정보독점에 안주해 있는다면 ‘국경없는 취재’에 나설지도 모를 시민들에게 앞으로 큰코 다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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