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19일자 일부 아침신문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이번 여론조사결과는 '대선 D-30일'을 남겨 둔 시점인데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BBK 여파에도 이명박 후보 1위 고수…지지율은 소폭 하락

이날 아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언론사는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등이었다. 우선 서울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명박 후보가 36.7%로 1위를 지켰고, 이회창 후보가 16.9%로 2위를 고수했다. 정동영 후보는 13.4%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문국현 후보 4.9%, 권영길 후보 2.4%, 이인제 후보 1.6%, 심대평 후보 0.7%, 기타 1.9%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40.4%로 대선 후보 선호도 1위를 지켰으며, 이회창 후보 18.6%, 정동영 후보 18.6%, 문국현 후보가 8.2%, 권영길 후보 3.1%, 이인제 후보 2.1% 순으로 나타났다.

   
  ▲ 조선일보 11월19일 5면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38.7%로 24%를 기록한 이회창 후보보다 15% 포인트 가량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정동영 후보는 13.1%에 머물렀다. 그 다음으로는 문국현 후보 6.6%, 권영길 후보 2.0%, 이인제 후보 1.7% 순이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와 함께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36.8%, 이회창 후보 17.1%, 정동영 후보 13.2%, 문국현 후보 6.6%, 권영길 후보 2.3%, 이인제 후보 1.2%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조선·한겨레 늘어난 부동층 주목…동아만 '큰 변화 없다' 강조

앞선 결과처럼 지지후보 순위에서는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보다 2배 안팎의 지지율로 앞서고 있는 것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한 이들 신문 중 조선일보만 지난 조사결과(11월7일, 37.9%)보다 0.7% 포인트 오른 38.7%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신문들에서는 하락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는 41.2→40.4%, 한겨레는 41.2→36.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신문은 이전 조사결과와 비교하지 않아 하락 폭은 알 수 없었지만 기사에서 이전 40%선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이 후보의 자녀 위장채용 논란과 김경준씨 귀국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11월19일자 1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도 21.9→18.6%(동아일보), 24.0→18.4%(조선일보), 24.7→17.1%(한겨레)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이인제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한 이후 13.0→14.1%(동아일보), 12.4→13.2%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이전 조사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조선 한겨레 ,이명박 후보, 수도권·고학력 지지율 이탈 현상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날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부동층이 크게 늘었다는 조사결과다.

   
  ▲ 조선일보 11월19일자 1면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부동층 19.2%로 늘어>에서 "이번 조사에선 '지지후보 없음/모름/무응답'이라고 답한 부동층이 지난 8월 이후 가장 높은 19.2%나 됐다"며 막판 선거구도에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17.5%, 10월말 11.7%까지 떨어졌던 부동층 추세가 19.2%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BBK 사건으로 이명박 후보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답한 응답도 45.4%나 돼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겨레도 2면 <무응답층 크게 늘었다> 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1주일만에 무응답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주일 전 11.7%에서 22.9%로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한겨레 조사에서도 수도권과 고학력층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5면 <이명박, 1주일새 고학력층·서울에서 10∼7%p 이탈> 기사에 따르면 1주일 전과 비교해 화이트칼라(45.0→35.8%), 주부(43.7→32.9), 고학력(대졸이상, 44.1→34.4%), 서울(52.7→45.3%) 등 이명박 후보 핵심 지지층 이탈현상이 눈에 띈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표가 사실상 이명박 후보 지지를 표명했음에도 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 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이 증대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BBK 주가 의혹 사건 사실이면 28.8% 후보 바꾸겠다"

반면, 동아일보는 3면 여론조사 기사 제목으로 <주요 후보 선호도 큰 변화 없어>를 뽑았다. BBK 등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음에도 대선 후보 지지율 대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힌 이 기사에는 "당선가능성 이명박 64.8%-이회창 11.7%-정동영 8.4%"라는 부제가 달렸다.

동아일보는 "김경준씨가 송환됐지만 기존 지지층의 태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층에서 이 전 총재 쪽으로 추가 이탈이 나타나진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층 조사결과도 두 신문과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동아일보는 3면 <지지후보 유보층 12.5% 석달새 6%p 안팎 줄어> 기사에서 '없음/모름/무응답' 등으로 선호하는 대선 후보를 밝히지 않은 태도 유보층은 12.5%로 1주일 전 여론조사보다 11.5%보다 약간 늘어난 수치지만 8월20일(18.09%), 9월17일(18.7%), 10월17일(13.4%), 11월3일(15.5%) 조사 때에 비해 태도 유보층은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 서울신문 11월19일자 1면  
 
한편, 서울신문은 1면 <"BBK 의혹 이회창 최대 수혜"> 기사에서 "BBK 주가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송환에도 이명박 후보가 여전히 이회창 후보보다 20% 포인트 정도 지지율 우위를 보였지만, 김씨 소환 이전보다 부동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조사에서 'BBK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지 후보를 변경하겠다'는 응답이 28.8%로 나타났고, 후보 변경시 이회창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48.5%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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