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의 김 변호사 때리기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김 변호사의 고액 연봉과 고발 시점을 두고 폭로의 동기를 문제 삼는 것. 그렇게나 많은 연봉과 퇴직 후 예우를 받고 있다가 왜 하필 예우가 끝나는 시점에 폭로를 했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사가 직무상 취득한 고객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는 김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언론이 언제부터 그렇게 신의와 의리에 목을 맸나
우선 삼성과 김 변호사의 관계가 사건 의뢰인과 수임 변호인의 관계가 아니라 법무팀장으로 고용된 임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김 변호사의 변호사 윤리 위반을 문제삼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비판이다. 김 변호사는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나온 사람이다. 스스로 자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허물을 들춰내는 것보다 그의 충격적인 폭로를 검증하고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김 변호사가 돈 때문에 앙심을 품고 삼성에 등을 돌렸다는 비난 역시 김 변호사의 폭로의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다. 앙심을 품었든 배신을 했든 이를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언론은 오히려 내부고발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불러온 충격과 혼란은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통과의례다. 이 충격과 혼란의 책임을 김 변호사에게 돌리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 중앙일보 11월14일 31면. | ||
▲ 세계일보 11월13일 31면. | ||
▲ 동아일보 11월13일 35면. | ||
전 변호사는 "놀라운 점은 나이롱이 제비족이나 꽃뱀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자인데도 그런 변신은 '양심'으로 상찬된다는 사실"이라면서 "정의를 위해 불의를 고발한 용감한 이들이 정말 정직했다면 왜 불의를 알았을 때 나서지 않고 함께 단물을 빨았는가"라며 본질을 호도했다.
▲ 국민일보 11월15일 23면. | ||
▲ 헤럴드경제 11월13일 13면. | ||
헤럴드경제 성황제 산업1부문 선임기자는 13일 칼럼 <산업 스파이와 비자금 의혹 파장>에서 "인간으로서 검찰 출신 변호사로서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낸다"면서 김 변호사를 산업 스파이와 동급으로 비교했다. 성 기자 역시 김 변호사의 고액 연봉과 폭로 시점을 문제 삼아 "재계는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 발표시기와 방법 등에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한국경제 11월12일 38면. | ||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김 변호사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 언론은 기사에서는 축소보도하거나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데 그친 반면 칼럼을 동원해 온갖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헤럴드경제의 표현을 인용하면 "언론이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낸다". 국민일보의 표현을 인용하면 "품격이 결여된 비판 또는 비난이 횡행하면 사회는 삭막하다." 그리고 이들 보수·경제지들의 낯뜨거운 칼럼은 무엇보다도 "감동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