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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경제지들의 김용철 때리기 시리즈
보수·경제지들의 김용철 때리기 시리즈
감정적 비난 일색… 동기 불순 문제 삼아 본질 호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언론은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고 비판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이후 많은 언론이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을 파고들기 보다는 오히려 김 변호사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말이다. 도둑 잡으라고 외치는데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꼴이다.

보수 언론의 김 변호사 때리기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김 변호사의 고액 연봉과 고발 시점을 두고 폭로의 동기를 문제 삼는 것. 그렇게나 많은 연봉과 퇴직 후 예우를 받고 있다가 왜 하필 예우가 끝나는 시점에 폭로를 했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사가 직무상 취득한 고객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는 김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언론이 언제부터 그렇게 신의와 의리에 목을 맸나

우선 삼성과 김 변호사의 관계가 사건 의뢰인과 수임 변호인의 관계가 아니라 법무팀장으로 고용된 임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김 변호사의 변호사 윤리 위반을 문제삼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비판이다. 김 변호사는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나온 사람이다. 스스로 자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허물을 들춰내는 것보다 그의 충격적인 폭로를 검증하고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김 변호사가 돈 때문에 앙심을 품고 삼성에 등을 돌렸다는 비난 역시 김 변호사의 폭로의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다. 앙심을 품었든 배신을 했든 이를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언론은 오히려 내부고발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불러온 충격과 혼란은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통과의례다. 이 충격과 혼란의 책임을 김 변호사에게 돌리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 중앙일보 11월14일 31면.  
 
중앙일보 김종혁 사회부문 부에디터는 14일 칼럼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에서 김 변호사를 겨냥, "그 떳떳하지 않다는 100억 원부터 사회에 환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비아냥어린 비판을 내놓았다. 김 변호사의 고액 연봉을 비꼬는 말이다. 김 부에디터는 "받을 것 다 받고 돈 더 안 주니 폭로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기 때문"이라도 덧붙였다. 천박한 상황인식이다.

   
  ▲ 세계일보 11월13일 31면.  
 
세계일보 조병철 수석논설위원은 13일 칼럼 <타락한 천사의 날갯짓>에서 "내부고발은 치명적 약점이 있다"면서 "성원간의 신뢰와 약속의 토대를 허물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설령 그 비밀이 악일지라도 성직자가 고해성사의 내용을, 의사나 변호사가 고객의 비밀을 선별해서 공개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면서 "정의구현의 명분을 띠어도 타락한 천사의 날갯짓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김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평가절하했다.

   
  ▲ 동아일보 11월13일 35면.  
 
동아일보 13일 시론 <사회 좀 먹는 '나이롱'들>에 실린 전원책 변호사의 주장은 더욱 황당무계하다. 전 변호사는 김 변호사를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병원에 드러눕는 '나이롱 환자' 취급을 했다. 전 변호사는 정확히 김 변호사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기업 안에서 온갖 단물을 빨아먹은 뒤 내부자 고발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주를 협박하고 그게 용의치 않으면 정의의 사자라는 탈을 쓰고 변신한다"며 우회적으로 김 변호사를 비난했다.

전 변호사는 "놀라운 점은 나이롱이 제비족이나 꽃뱀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자인데도 그런 변신은 '양심'으로 상찬된다는 사실"이라면서 "정의를 위해 불의를 고발한 용감한 이들이 정말 정직했다면 왜 불의를 알았을 때 나서지 않고 함께 단물을 빨았는가"라며 본질을 호도했다.

   
  ▲ 국민일보 11월15일 23면.  
 
국민일보 한석동 논설실장은 15일 칼럼 <의인은 있는가>에서 "그의 행위가 진정한 용기로 와닿지 않는다"고 매도한다. "고뇌의 산물이라고는 해도 고문계약 만료 한 달여 뒤의 내부 고발에는 감동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실장은 "살아있는 시민정신은 위대하지만 품격 공감이 결여된 밀고가 횡행하면 사회는 삭막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범죄 사실을 고발하는 데도 품격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 헤럴드경제 11월13일 13면.  
 

헤럴드경제 성황제 산업1부문 선임기자는 13일 칼럼 <산업 스파이와 비자금 의혹 파장>에서 "인간으로서 검찰 출신 변호사로서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낸다"면서 김 변호사를 산업 스파이와 동급으로 비교했다. 성 기자 역시 김 변호사의 고액 연봉과 폭로 시점을 문제 삼아 "재계는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 발표시기와 방법 등에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한국경제 11월12일 38면.  
 
한국경제는 12일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휘슬 블로어는 도덕성이 핵심>이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윤 교수는 "조직으로부터 챙길 것 다 챙기고 더 챙길 것이 없어지자 비로소 폭로를 한 것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나쁘다"고 딴지를 걸었다. "고발자가 사제들에 의해 영웅 내지는 순교자처럼 취급 되는 모습은 어딘지 어색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혹시 소위 사회 지도층 내지는 기득권층의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집단의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정도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김 변호사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 언론은 기사에서는 축소보도하거나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데 그친 반면 칼럼을 동원해 온갖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헤럴드경제의 표현을 인용하면 "언론이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낸다". 국민일보의 표현을 인용하면 "품격이 결여된 비판 또는 비난이 횡행하면 사회는 삭막하다." 그리고 이들 보수·경제지들의 낯뜨거운 칼럼은 무엇보다도 "감동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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