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웃어요”
“북쪽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웃어요”
‘김정일 위원장이 아는’ 유일한 남쪽 사진기자 임종진, ‘북녘사진전’ 연다

   
  ▲ 임종진 전 한겨레 사진기자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진을 찍지 못하는 사진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사람이 있다. ‘말’지와 한겨레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 지난 2006년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선언한 임종진(39·왼쪽 사진)씨다.

그는 사진기자 시절에 꽤 명성이 높았던 사람 가운데 하나다. 특히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여섯 차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찍은 북한 사진들은 큰 파장을 남겼다. 평화무드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 북한이라고 하면 미국과 일본보다 먼 나라처럼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의 사진 속에 찍힌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닮은꼴인 게 아닌가.

“남녀가 수줍게 손을 잡고 다니고, 수풀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꼬마아이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물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실을 믿지 못했어요. 그동안 보도됐던 사진은 정교하게 행렬을 맞춰 행진하는 군인들이나 헐벗은 북한주민들의 모습뿐이었으니까요.”

그의 말대로라면 그 당시 남쪽 사람들은 북쪽 사람들도 웃는다는 사실에 심한 문화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무지했다.

“어떤 사람들은 제 사진을 보고 평양의 고위간부들의 생활만 카메라에 담았다고 비난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가 본 곳은 평양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곳곳에서 촬영을 할 기회가 있었고, 그들 역시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와 똑같이 웃고 뛰어다녔어요.”

그는 이 대목에서 도망치는 북한 꼬마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어떻게 장난을 쳤는지, 정말 열심히, 설명해준다. 어떻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는 유일한 남한 사진기자’로 유명해졌는지 알 것도 같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북한에서조차 그가 이런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 때, 그런 평범한 걸 왜 찍으려고 하는지 갸우뚱했다고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고집 때문일까. 그는 한편으로 ‘사진을 찍지 못하는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1994년 여름 열렸던 장애인 체육대회를 찍으러 갔다가 그들의 즐거움을 방해할 것 같아 촬영은커녕 화장실도 못 가고 내내 스탠드에 앉아 있었던 일화며, 2003년 여름 휴가동안 방문한 이라크에서 미국이 사용한 열화우라늄 폭탄으로 유전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을 보고 눈물이 나서 그냥 돌아섰던 일화는 지인들 사이에서 널리 도는 얘기들이다.

“대상에 빠져드는 것과 빠져나오는 것이 느린 천성 때문에 사진기자를 그만뒀다”는 그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2007 남북정상회담 기념 국회의원연구단체 공동기획으로 오는 13∼1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리는 <임종진 북녘사진전-사는거이 뭐 다 똑같디요>의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데다 이번 전시와 관련한 책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차례 북한을 방문해 일상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던 임종진 전 한겨레 사진기자가 미공개 사진 등을 모아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진전을 개최한다. 임 기자는 북녘에서 연인들이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모습(위쪽)과 고무줄을 하는 아이들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자아이가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순간포착 됐다.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머리에 뿔이 나고 송곳니를 가진 북한사람을 그렸어요.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그런 저를 칭찬하시면서 최우수상을 주셨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왜 북한의 평범한 일상에 놀라고 관심을 갖게 됐는지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피사체에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한다는 게 어쩌면 사진기자 혹은 작가로서 한계를 갖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런 사진들을 찍을 생각이다. 그게 자신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경험했던 충격을 느끼길 기대하고 있다.

이라크와 캄보디아 등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모은 책, 두 권도 함께 준비중인 그는 작업들이 모두 끝나면 내년 초 다시 캄보디아로 떠난다. 1년 동안 그곳에 거주하면서 그들과 함께 살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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