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측이 노조위원장 및 노보 편집국장을 중징계한 배경에 대한 분석은 대략 두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그 한가지는 홍두표 사장 등 경영진이 청와대로부터 보도 사실에 대한 직간접적인 항의를 받고 대리역을 자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청와대로선 김대통령에 대한 비하발언을 직접 문제삼긴 곤란한 입장이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청와대 차원에서 문제 삼기보다 KBS 내부의 징계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굳이 KBS 노보의 ‘미친×’ 발언 보도에 대해 법률적 시비를 가리자면 형법 제311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의 고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조항은 친고죄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사자인 김대통령이 직접 KBS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가십성 발언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효도 의문시된다. 결국 KBS 경영진이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해 자발적으로 총대를 메고 나선 꼴이다.

다른 한가지는 KBS 사측이 총파업으로 인해 상당한 조직력을 확보한 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KBS 노조는 현재의 조직력이라면 지난해 말 부결됐던 방송단일노조 투표의 가결도 무난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측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노조와의 힘겨루기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총파업에 대해선 어떤 징계를 내리지 못하면서 무노동무임금과 이에 대한 차등적용을 고수하고 지엽적인 사안을 구실로 노조위원장 및 편집국장을 징계하는 것은 일종의 ‘외곽 때리기’라고 할 수 있다.
총파업을 이유로 징계를 내릴 경우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전체를 상대로 사측이 싸우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재파업이 예상되는 등 사태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노보의 ‘미친×’ 보도와 같이 노조원 전체와 싸워도 되지 않는 구실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 대한 분석을 떠나 과연 KBS 사측의 징계가 타당한가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KBS 사측은 인사규정 55조 3항 ‘공사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오손하는 경우’를 징계의 근거로 들고 있다.

국가원수 모독과 기사의 편집시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한 점이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훼손한 이유고 그런 내용을 ‘KBS’라는 회사명이 들어가 있는 ‘KBS노보’에 게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회사의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KBS 노조의 반론은 이렇다.
국가원수 모독은 이미 군사독재 시절의 악법으로 87년 폐지됐으며 굳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문제 삼자면 그것은 김대통령과 KBS노조 간의 문제지 회사가 끼어들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노보 기사에 쓴 표현은 노조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회사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KBS’라는 회사명이 노보의 제호에 들어갔다는 이유를 들어 회사의 이미지와 명예가 훼손됐다고 운운하는 것에 대해선 “어처구니없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굳이 노조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KBS의 이번 징계는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사간에 상당한 갈등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회사측과는 관련 없는 노보의 기사내용을 문제삼은 것은 ‘부당징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노조로서도 설령 기사내용이 기술적인 표현등의 측면에서 일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징계등으로 문제삼는 것은 향후 노보의 편집자율권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강경대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