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30% 미만이면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 "국민 절반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응답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고공행진'의 기반도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는 점의 그의 강세를 대변한다. 그러나 범 여권에서는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올바른 민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률을 둘러싼 논쟁은 온라인 상에서도 뜨겁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거품"이라는 주장부터 "올해 대선은 끝났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이 후보의 지지율 50%는 전체 유권자 2명 중 1명이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 한겨레 10월12일자 4면.  
 

한겨레 여론조사 이명박 지지율 58%, 최초 조사 때는 46.5%

한겨레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찬찬히 짚어보자. 한겨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0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한겨레가 12일자 4면에 내보낸 <정동영-손학규 0.9%P차 대혼전>이라는 기사를 보면 주요 대선주자의 지지율 그래프가 나온다. 이명박 후보는 58.0%로 나타났고 정동영 후보는 11.4%, 손학규 후보는 7.5%, 문국현 이해찬 후보는 4.6%, 권영길 후보 2.6%, 이인제 후보 1.2% 등으로 나타났다. 무응답층은 9.9%로 조사됐다.

이 후보의 지지율 58.0%는 다른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도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무응답층 9.9%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가 공개한 여론조사 자료 전문을 보면 리서치플러스는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1차적으로 질문한 결과와 '그럼, 조금이라도 낫다고 생각하는 후보'에 대해 재차 질문한 결과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한나라당  
 
재질문 여부 따라 지지율 달라져

1차 질문 결과를 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46.5%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차 질문을 할 경우 58.0%로 나타났다. 언론이 여론조사 보도를 할 때 1차 조사 당시의 지지율을 보도하느냐, 재차 질문한 결과를 보도하느냐에 따라 후보의 지지율은 출렁이게 된다.

다시 말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지지율이 재차 질문한 결과인지, 최초 질문한 결과인지를 밝혀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최초 질문 보다는 재차 질문한 결과를 언론들이 인용한다고 설명한다.

임상렬 리서치 플러스 대표는 "(1차 조사를 근거로 보도하면) 무응답층이 상당히 많이 잡히게 되고 응답층이 적다 보니 분석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정치적 의사표시를 자유롭게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재 질문을 포함시키게 됐고 그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감자' 여론조사 응답률

1차 질문과 재차 질문의 형식은 조금 다르다. 1차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을 경우 2차에서는 누구를 선호하느냐고 묻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괜찮은 후보가 누구인지 답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 한국일보 10월8일자 5면. 한국일보는 지난 6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6.1%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응답률은 전문가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은 14.3%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이유는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거나 전화를 받았지만 응답을 거절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화번호 자체가 결번인 경우는 응답률 산정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응답률은 상대적인 문제로 질문 문항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국 축구가 4강에 오를 것이냐고 보는 질문을 할 경우 응답자들은 부담 없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정치적 선택이 필요하거나 자신이 잘 모르는 현안에 대한 질문일 경우 응답률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답변 거부층의 정치성향은?

그러나 정치현안을 물어볼 때도 응답률은 때에 따라 달라진다. 2002년과 올해 대선의 응답률을 수치를 갖고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여론조사 응답률을 산정하고 공개하고 있지만 2002년에는 응답률을 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현재 법령으로 여론조사 응답률을 공개하게 돼 있지만 2002년에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응답률은 자동으로 랜덤하게 전화를 걸어주는 시스템이 갖춰진 다음에 산정할 수 있게 됐고 수작업으로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번 대선 여론조사 응답률은 잘 나와야 20%대이고 10% 초반도 많다"면서 "(전문가들이 볼 때) '추정치'이지만 20002년 대선 때는 지금보다 응답률이 훨씬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에는 30%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답률은 10%대, 실제 투표율은 70%대

여론조사 응답률은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응답률이 15%라면 100명 중 15명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산출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85명의 정치적 의사는 어떻다고 봐야 할까.

쉽게 말해 여론조사를 했을 때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유권자 2명 중 1명은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답변을 거부하는 85명의 정치적 입장이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임상렬 대표는 "여론조사 응답을 거절한 사람의 특성과 응답자의 특성을 비교할 수단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응답을 거절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어떻다고 봐야 할까. 정치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가, 아니면 현재의 대선 구도 하에서 응답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일까. 중요한 것은 최근 발표되는 언론 여론조사 응답률은 10%대가 대부분이지만 실제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70%에 이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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