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은 ‘포털 저널리즘’이란 용어를 가장 싫어한다. 자신이 언론이 아님을 손사래치면서 제발 그 용어만은 사용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미디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정보를 유통시키는 운반체라는 성격으로 자신을 규정하려 한다. 하지만 포털의 힘을 인식한 쪽에서는 그럴수록 더더욱 ‘포털 저널리즘’을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그 힘을 규제하려 만든 사회적 굴레 즉 프레임인 셈이다.

포털을 둘러싼 성격 규정의 싸움이 거듭되고 있지만 포털 저널리즘이란 용어 즉 프레임이 아직 큰 성과는 못 거두고 있다. 포털의 힘이 너무 큰 탓이다. 하지만 포털도 자신의 힘을 믿고 방심하지만은 않는다. 여전히 사회적 불만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그를 누그러뜨리는 일에 열중이다. 그 중 두드러지는 작업이 포털에 의한 자기 통제다. 얼마전엔 포털을 정화하자는 아쿠아 캠페인을 벌여 선정성 등을 줄여나가자는 제스추어를 폈다. 최근에는 이용자위원회 등과 같이 이용자들을 대의할 수 있는 제도를 내부에 두어 옴부즈만 역할을 펼치도록 배려하고 있다. 

   
   
 
포털업계에서 부동의 왕좌에 올라 있는 네이버는 2007년 1월에 <네이버뉴스이용자위원회>를 구성했다 (news.naver.com/committee). 자기 방어체제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삐딱한 시선을 거두어 긍정적으로 보자면 포털 저널리즘의 제 역할에 대한 고민의 장을 만들자는 의도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아직은 포털 저널리즘이 공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주도면밀한 담론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봐줄 수도 있겠다.

네이버 상에 나와 있는 위원회의 역할을 보면 “....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하루 수백만 명에게 실시간으로 기사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포털 뉴스 서비스로 성장했고 이에 따라 사회적 책임도 커졌습니다. 이용자위원회는 수많은 이용자들을 대표해서 네이버 뉴스 운영진에 잘잘못을 따지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발전 방안을 제시하게 됩니다”라고 되어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유용한 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네이버가 그 위원회에 얼마만큼의 권한을 주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인터넷 상으로 짐작하자면 두 달에 한번 모여 보고를 받는 수준인 모양이다. 보고를 받고 전문가적 식견을 전하고 미비점들을 개선해나가는 그런 작업들을 벌이는 위원회라 짐작할 수 있다. 이용자위원회인 만큼 이용자들의 불만에 대한 처리도 행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격월로 모이고 위원의 숫자도 많은 만큼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지는 않는 듯 보였다 (회의록 일부를 참조해보면). 

이명박 후보와 이용자위원회 대표 위원

그런데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그 위원회가 좀 더 바빠져야겠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이용자를 대의하는 제도라면, 그 대의성에 책임을 느낀다면 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네티즌들은 통합댓글 시스템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보이며 안티 네이버 움직임까지 벌이고 있다. 대선에서의 저널리즘을 감시하는 시민사회단체는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고 나왔다. 한 인터넷 신문의 대표는 보수 언론과 어깨를 겯는 새로운 보수여론조성 제도로 네이버를 지적하고 나섰다.

   
   
 
네이버는 그 같은 지적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용자위원회가 그 동안 네이버의 정치적 공정성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용자위원회의 평가가 네이버 내부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용자위원회가 단순히 알리바이로만 활용되지 않게 그에 주목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위원회가 제대로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일이 요청된다는 말이다.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네이버는 이용자위원회의 평가를 들어 억측이라고 방어하는 사이 한나라당은 대선을 준비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 선거대책위원회의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전략홍보조정회의에 김 모 교수가 동참할 것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 10월 10일). 김 모 교수는 <네이버뉴스이용자위원회>를 대표하는 대표위원이다. 

조선일보 9월 4일자 기사는 그를 이명박 후보가 직접 주재하는 비공식회의에 참여하는 주요 멤버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기간에도 그는 네이버뉴스이용자위원회의 대표위원으로 활동했다.

밥 먹고 헤어지는 자리가 아니라면

이용자위원회의 대표라는 자리는 상징적인 것일 수 있다. 어떤 위원회든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에선 연장자를 추천하고 그에 큰 이견 없이 박수치고 추대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용자위원회에서도 그랬으리라 짐작된다. 대표위원이 되기 위해 미리 선거운동을 하고 그랬을 리는 없다. 네이버가 미리 대표위원을 선정해두고 분위기를 그리로 몰고 갔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가 대표위원이 된 것은 우연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부 속사정과 관계없이 이용자위원회를 네이버가 중요한 알리바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이 위원회에도 좀 더 엄격한 평가 잣대가 가해져야 된다. 이용자를 대의한다는 사람들의 대표성, 그리고 대의를 하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대표위원의 정치적 성향 등은 아무래도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용자위원회의 위원들이 퍽이나 어설프게 일을 한 것 같다. 포털 저널리즘에 대한 논쟁이 막 시작할 즈음에 만들어진 위원회란 점에서 그것이 갖는 의미는 엄청나다. 그럼에도 위원들의 수행은 포털사업자의 알리바이가 되어 버렸고, 네티즌은 그 알리바이에 분노하고 있다. 게다가 대표위원의 정치적 행보 소식에 까지 이르면 위원회와 위원들은 과연 네티즌을 대의하는 일들을 해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과소평가했거나, 네티즌을 대의한다는 생각의 끈을 잠깐 놓쳤거나, 아니면 밥 먹고 아름다운 소리 나누는 ‘포야’같은 곳으로 여긴 결과는 아닐까. 아직 명예 회복의 기회는 있다. 포털들이 위원회를 알리바이로 활용함은 그것이 어느 정도 힘이 있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해 명예를 회복하길 바란다. 네티즌들이 무엇에 불만하고 있는지를 살펴서 그 힘을 보여주며 제대로 대의할 때다.     

서강대 원용진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가 블로그 '원용진의 미디어 이야기'(http://airzine.egloos.com)에 올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원 교수는 현재 일본 교토대학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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