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당초 18일 단행키로 했던 4단계 총파업을 한주 미뤘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중앙위원회를 소집, 4단계 총파업 방침에 대해 논의한 끝에 총파업 시기를 24일 이후로 미루고 구체적인 파업 일정은 위원장에게 위임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국회 상임위에서 수용키 어려운 개정안이 나올 경우 24일 이전이라도 파업을 결행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의 4단계 총파업 일정을 조정한 데는 크게 최근 한보사태라는 정국 변수와 내부 조직 상황이라는 두가지 사정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민주노총 각 노조 대표들은 제출된 두가지 총파업 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1안은 일단 예정대로 18일 시한부 총파업에 돌입하고 24일 이후 전면총파업에 돌입하자는 것이고 2안은 2월말 4단계 총파업에 돌입하자는 의견이었다.

먼저 1안의 경우 당초 목표였던 전면 무효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는 국회에서의 재개정 논의 결과가 기대이하일 것이 분명하다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 여야 협상과정에 최대한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시한부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이다.

2안은 한보 ‘변수’로 실종된 노동법 재개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점인 국회 개원시기에 맞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이전 총파업 과정에서 여론 향배가 총파업 승리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게 확인된 만큼 지지 여론 획득을 위해 유연전술 기조를 지속시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3단계 총파업 이후 사용자측의 탄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각 단위 사업장 노조들의 조직역량을 재정비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날 중앙위원회의 결론은 현실론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노조간부 고소고발, 무노동무임금 적용, 손배소송 제기 등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용자측의 노조탄압에 대한 공감대가 이같은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따라 지난 13일 대의원대회를 시작으로 각 소속 노조들의 총파업 결의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15일 권역별 집회를 통해 여론을 환기시킨 뒤 17일부터는 노조간부들이 농성 체제로 돌입, ‘비상대기’ 태세를 유지하면서 준법투쟁 등 총파업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회 노동환경위원회 의원들과 대화를 통해 노동법의 독소조항을 삭제하도록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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