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택지개발지구에 우뚝 솟은 높이 18미터의 철거감시탑. 골리앗이라 불리는 이 감시탑에서 강대환(40)씨는 부인 주종숙(34)씨, 아들 지훈(11), 지존(6)군과 함께 가수용시설 설치를 요구하며 철거를 강행하는 주택공사에 맞서 7개월째 싸우고 있다.

95년 10월 택지개발지구로 선정된 원천동 철거지역에는 애초 가옥주 1백26가구, 세입자 1백여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주택공사측과의 개별 협상으로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지난 4월 이후에는 세입자대책위 위원장인 김용해(43)씨와 강대환씨 가족만 남게 됐다.

그간 주택공사측은 이주비 3백50여만원, 또는 올 10월에 입주하게 되는 팔달구 영통지구의 임대주택의 입주권 등 두개 조건 가운데 하나를 받아들일 것을 이주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쥐꼬리만한 이주비로 집을 옮기더라도 보증금 2~3백만원짜리 방을 구할 수 있는 곳이라곤 또다른 철거지역 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입주권 역시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수원시에서 개발하는 장안구 꽃매지역이나 한국토지공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용인 수지 2지구 등의 경우 이미 세입자들의 요구에 가수용단지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주택공사는 가수용시설을 세워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 가수용시설을 설치해 주면 주택공사가 개발하는 수원 장안구 조은동 등 다른 택지개발지구에서도 가수용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주택공사측의 수원 원천동지구 매수담당자는 “제3자에게는 말해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주택공사는 가수용시설은 커녕 철거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아침 8시. 주택공사측은 2백명의 철거용역반원들과 1천여명의 경찰을 투입, 1백여채의 가옥을 철거했다.

다행히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경기·서울지역 철거민들과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골리앗은 지켰지만 골리앗 옆에 있던 강 씨의 집은 박살이 났다. 특히 이날 철거용역원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 밥을 먹고 있는 강씨의 아들 지훈이를 강제로 끌어냈다. “아빠 목소리인 것 같아서 문을 열었는데… 깡패들이 끌어내고 유리창을 막 깨고….” 지훈이는 그날 상황을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재잘재잘 말도 잘하고 투정도 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그러나 아이들이 은연중에 받을 마음의 상처에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맹모삼천지교라 하지 않았는가.

현재 강씨는 공사방해, 불법건축물 증축 등으로 수배상태에 있다. 이 지역을 벗어나기만 하면 구속이다. 7개월째 감금상태나 다름이 없다. 맨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강씨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철거민들을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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